팬택의 선택은 이번에도 정면돌파였다. 그런 공격일변도 전략 때문에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런 공격력으로 인해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할 수 있었던 것이 사실. 팬택은 삼성전자 애플 등 스마트폰 시장의 최강자들이 신제품을 내놓은 시점에, 피하기는커녕 함께 신제품 출시로 맞불을 놓는 '닥공(닥치고 공격)'전법을 택했다.
박병엽(사진) 팬택 부회장은 3일 서울 상암동 팬택 사옥에서 열린 LTE 스마트폰 전략모델 '베가 레이서2'공개행사에서 "(삼성전자 애플과) 제대로 붙어서 반전의 묘미를 보여주겠다"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박 부회장이 공식 석상에 등장한 것은 작년 말 워크아웃 졸업 이후 처음이며, 제품 발표회에 참석한 건 1년10개월 만이다.
이번 5~6월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최대 격변기. 당장 삼성전자가 영국 런던에서 3일 저녁(한국시간 4일 새벽) 야심작 갤럭시S3를 공개한다. 그리고 한달 뒤인 내달 초 애플이 아이폰5를 선보일 예정이다. 세계 시장을 양분하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각각 차세대 전략 스마트폰으로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된 것이다.
이런 시기라면 보통 다른 업체들은 일단 도망가고 본다. 신제품을 만들었더라도 삼성전자와 애플의 출시 시기를 최대한 피하는 게 상책이다. 하지만 팬택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세간의 지적도 아랑곳하지 않고, 삼성전자의 갤럭시S3 공개 20여 시간 전에 제품발표회를 갖는 강수를 뒀다.
박 부회장은 "세상이 첨단기능에 집착할 때 팬택은 고객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집중했다"면서 베가레이스2의 강점으로 배터리를 꼽았다. 그는 "하루도 가지 못하는 스마트폰이 제대로 된 가치를 줄 수 있겠느냐"며 "배터리 시간을 늘리기 위해 1,600명의 연구진이 6개월 동안 매달렸다"고 설명했다.
자체 개발한 저전력기술과 세계 최초로 탑재한 퀄컴의 최신 통신칩을 결합, 배터리 지속시간을 기존 제품보다 34%나 늘렸다. 팬택 관계자는 "약 10시간 동안 계속 통화를 할 수 있고 그냥 켜놓기만 하면 10일 이상 대기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우리말 음성인식 기술이 들어간 점도 특징. 사진을 찍을 때 버튼을 누르지 않고 "김치""스마일"등을 외치면 자동으로 촬영되며, 전화를 걸 때도 이름과 함께 "통화"라고 말하면 당사자에게 전화를 걸어준다.
박 부회장은 애플에 대해 "더 이상 혁신이 보이지 않는다. 가치를 계속 추구해야 하는데 너무 폐쇄적이고 독선적"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에 대해선 갤럭시S3가 4세대인 LTE가 아닌 3세대 폰으로 출시될 것이란 점과 관련, "철로는 KTX(LTE)를 깔아 놓았는데 새마을호(3세대)로 달리게 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팬택은 베가레이서2를 이동통신 3사에 모두 공급해 1년 안에 200만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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