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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적자 더는 못 견뎌"… 전기료 13% 인상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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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적자 더는 못 견뎌"… 전기료 13% 인상 요청

입력
2012.05.03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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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 전기료의 원가 보상률은 87.4%. 전기를 만드는 데 100원을 들이면 87원에 판다는 뜻이다. 한국전력 입장에선 전기를 팔 때마다 13원 가량을 손해 보고 있는 셈이다. 작년 두 차례(8월 4.9%, 12월 4.5%)에 걸쳐 전기료를 올렸지만, 밑지는 장사구조는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 한전이 ‘도저히 더 이상은 적자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결국 정부에 요금인상을 건의했다.

3일 한전에 따르면 산업용 일반용 주택용 교육용 농사용 등 용도별로 평균 13.1% 전기료를 인상해달라고 지난달 말 지식경제부에 요청했다.

한전 관계자는 “원가 이하의 전력공급이 계속돼 더 이상은 적자구조를 끌고 갈 수 없는 상태”라며 “공공요금의 특성상 항상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사정은 알지만 다른 공공요금에 비해서도 전기료는 심할 정도로 눌려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대표적 공공요금인 버스요금은 지난 1984년 120원에서 지난해 900원으로 7.5배 증가했고, 시장가격인 자장면은 같은 기간 350원에서 4,000원으로 무려 11배나 뛰었는데, 전기료 인상률은 1.5배 증가에 그쳤다는 것.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해도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료를 100으로 했을 때 미국 117, 스웨덴 166, 스위스 176, 슬로바키아는 무려 291에 달할 만큼 국내 전기요금이 낮게 책정되어 있다는 게 한전측 주장이다.

실제로 한전은 심각한 위기상태다.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적자에 누적적자는 8조원에 달한다. 하루에 내는 차입금 이자만 60억원이 넘는다. 원가 이하로 전기를 공급하다 보니 적자가 쌓이고, 이 적자를 메우기 위해 빚이 늘어나 이자부담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 결과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지난 1월 한전의 신용등급을 A2에서 Baa1으로 2단계나 내렸다. 시장 관계자는 “적자가 더 누적되면 한전의 신용등급은 ‘정크(투자부적격)’수준까지 추락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재무상황도 좋지 않은데 신용등급까지 낮아지면서 한전은 해외사업에서도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있다. 국제입찰은 적격심사를 통해 입찰자의 재무능력과 기술력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하는데, 한전은 재무구조 악화로 인해 지난해 인도네시아 발리 석탄화력발전 프로젝트와 이집트 다이루트 복합화력발전 입찰에서 모두 탈락했다.

전문가들은 한전의 재무구조 정상화뿐 아니라 작년 9ㆍ15 정전대란의 원인인 에너지 다소비 구조를 바뀌기 위해서라도 전기요금을 마냥 눌러선 곤란하다고 지적한다. 한전 고위관계자는 “당장의 물가안정도 중요하지만 이젠 대승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기료 문제를 다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한전의 심각한 적자상황, 물가상승으로 인한 서민부담 등 모든 요소를 면밀히 따져 본 뒤 인상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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