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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탈락 IT기업들 '특허괴물'로 변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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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탈락 IT기업들 '특허괴물'로 변신 중

입력
2012.05.03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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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몰린 글로벌 IT기업들이 잇따라 '특허괴물'로 돌변하고 있다. 실적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경쟁업체들을 상대로 무차별 특허소송을 내는 것. 경쟁사 견제와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마지막 카드를 꺼내고 있는데, 시장 주도권을 놓고 다투는 삼성전자와 애플식의 특허전쟁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기술시장이 거대한 소송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3일 외신에 따르면 노키아는 휴대폰 업체인 HTC(대만)와 리치 인 모션(RIMㆍ캐나다), 태블릿 PC업체인 뷰소닉(미국) 등을 상대로 무더기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지역과 내용도 광범위해 미 델라웨어주 연방법원에 HTC와 뷰소닉을,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에는 HTC를 상대로 각각 소송을 냈다. 또 독일 뒤셀도르프 법원에는 HTC와 RIM을, 만하임 및 뮌헨 법원에는 HTC, RIM, 뷰소닉 등 3개사를 모두 제소했다.

이번 소송에는 총 45개에 달하는 노키아의 통신기술특허가 포함됐다. 노키아 울라 제임스 지적재산권 담당 이사는 "노키아가 특허권 침해로 이처럼 광범위하게 다른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노키아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기술과 혁신의 무단 사용 중단을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지만 업계 시각은 다르다. 미국 IT전문 매체인 씨넷은 "이번 소송 결과가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지만 이런 특허소송에서의 승리는 노키아에게 또 다른 소득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허소송전에 뛰어든 노키아의 진짜 목적은 로열티(현금확보)라는 얘기다.

노키아는 지난 1분기에 13억4,000만 유로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한 상태. 스마트폰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휴대폰까지 포함해 부동의 세계1위 자리를 삼성전자에 내줬다. 신용등급도 강등됐다. 이런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3만여건에 달하는 보유특허를 '무기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몰락한 '모바일의 원조' 모토로라도 마찬가지. 모토로라는 미국 독일 등에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을 상대로 특허소송을 진행 중이다. 모토로라는 2일(현지시간) 독일 만하임법원에서 특허침해 혐의로 MS 윈도7과 가정용 게임기인 X박스 360의 독일 판매중지를 이끌어냈다. 앞서 지난달 미 ITC에선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사용된 와이파이(고정형 무선인터넷) 구현기술이 모토로라 특허를 침해했다는 예비판정도 받았다.

지난해 8월 구글에 인수된 모토로라는 올 1분기 휴대폰에서 적자폭을 1억2,100만달러까지 키울 만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 특허소송에 더 공격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 132년 전통의 필름업체 이스트먼 코닥도 올 1월 파산보호(법정관리)신청을 내면서 특허전쟁에 뛰어들었다. 코닥은 파산보호 신청 전 삼성전자 애플 HTC를 상대로 디지털이미징전송기술 특허 침해소송을 이미 낸 상태인데, 약 1,100여개의 관련기술을 포함해 수많은 보유특허를 통해 회생자금을 마련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통상 특허괴물은 흔히 대량으로 특허를 사들인 뒤,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돈을 버는 기업을 말한다. 소송에서 이기거나 협상이 이뤄지면 막대한 로열티와 합의금을 받을 수 있고, 결렬되어도 수입ㆍ판매금지 소송 등을 통해 엄청난 배상금을 타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IT기업들의 행태를 보면 특허괴물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글로벌 IT경쟁이 심화되고, 탈락하는 기업들이 늘어날수록 특허괴물화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특허는 막대한 로열티 수입과 함께 경쟁사의 성장세를 저지시킬 수 있는 좋은 무기"라며 "하지만 기술개발은 외면한 채 특허소송만 난무하면서 IT시장에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고 말했다.

허재경 기자 rick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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