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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美에 가겠다"… 꼬이는 천광청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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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美에 가겠다"… 꼬이는 천광청 사태

입력
2012.05.03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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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중국에 남아 활동하겠다며 주중 미국대사관을 떠난 시각장애인 인권변호사 천광청(陳光誠)이 3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 "신변의 위협을 느낀다"며 중국을 떠날 수 있게 해 달라고 공개 요청했다. 가택연금 상태에서 극적으로 탈출해 미 대사관에 진입한 뒤 양국의 협상으로 대사관을 떠난 천 변호사가 돌연 미국행을 요구해 사건은 다시 혼란스런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천 변호사는 이날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 대사관을 나선 뒤 병원으로 왔지만 신변 안전이 우려된다"며 "오바마 대통령에게 우리 가족이 나갈 수 있도록 당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 달라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 대사관은 나에게 대사관을 떠나도록 계속 압력을 가했다"며 "병원으로 가면 주변에 사람들이 머물 것이라고 약속했으나 병실에 입원하자마자 모두 떠났다"고 배신감을 표출했다.

천 변호사는 이어 "중국 관리들은 대사관에 계속 머물 경우 아내와 가족이 위험해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천 변호사가 대사관을 나온 것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이 3일 시작된 4차 미중 전략ㆍ경제 대화의 일정에 쫓겨 서둘러 사건을 매듭짓기 위해 중국으로부터 확실한 신변안전 보장을 받지 못한 채 천 변호사를 사지로 내몬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적어도 천 변호사가 대사관을 떠날 경우 어떤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지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천 변호사 스스로 상황 판단이 미숙했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미국은 당혹감을 드러냈다. 게리 로크 주중 미 대사는 "대사관은 천 변호사의 희망을 모든 점에서 최대한 충족시켜주기 위해 노력했다"며 "대사관을 떠나라고 압력을 가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로크 대사는 "우리는 천 변호사에게 떠날 준비가 돼 있느냐고 거듭 물었고, 그는 매우 기뻐하며 '가자'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고위 관리도 "천 변호사를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천 변호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미국은 또 정기적으로 천 변호사를 만나 신변안전을 확인할 수 있고, 천 변호사에게 위해가 가해질 경우 미국에 통보될 수 있도록 했다며 중국과의 합의 내용까지 일부 공개했다.

그러나 천 변호사의 신병이 중국으로 넘어간 이상 미국이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게 외교가의 시각이다. 더욱이 중국은 미국이 천 변호사를 대사관에 데려간 것은 '내정간섭'이라며, 미국의 반성과 재발 방지책 등을 연일 요구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미국과 중국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건 당시 반체제 지식인 팡리즈(方勵之)가 미 대사관에 찾아오자 중국의 갖은 압력에도 불구하고 13개월만에 미국행을 성사시켰다. 그러나 이번에는 2월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의 미 영사관으로 들어온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重慶)시 공안국장을 중국 당국에 넘겨준 데 이어 이번엔 앞도 안 보이는 인권운동가마저 내줬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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