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타워팰리스의 투표율 78%, 버스무릎녀 사건, 연신내 살인사건의 공통점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공간에서 급속히 확산된 '헛소문'들이다. 흔히 SNS는 괴담의 발생지, 유통경로로 지목돼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다. 실제로도 그럴까.
한국일보가 빅데이터 기반 소셜네트워크 분석업체 그루터와 지난 4월 SNS를 달군 헛소문들의 확산 과정을 분석한 결과 확인되지 않은 뜬소문을 퍼트리는 트윗보다 잘못을 바로잡는 이른바 '정정 트윗'이 최대 6배나 많이 리트윗(재전송)된 것으로 나타났다. SNS가 거짓 정보로 쉽게 혼탁해지는 공간이라는 세간의 오해와 달리 자발적인 정화 작용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4ㆍ11 총선 때 SNS를 가장 뜨겁게 달군 트윗은 '여당 지지층으로 인식되는 강남 타워팰리스의 투표율이 정오 무렵 이미 78%에 달했다'는 것이었다. 선거 당일 이 내용을 담은 트윗은 무려 8,226회나 재전송(리트윗)되면서 급속히 트위터 공간을 뒤덮었다. 이 트윗의 리트윗율(트윗 당 재전송된 트윗 비율)도 91%에 달해 괄목할 전파력을 보였다. 하지만 오후 늦게 '4시 현재 타워팰리스 투표소 투표율은 54%입니다'는 정정 트윗이 올라오면서 헛소문 트윗의 전파 속도는 현격히 떨어졌다. 총선 다음날(12일) 타워팰리스의 투표율 소문을 바로잡는 트윗수(499건)가 헛소문 트윗수(356건)를 따라 잡았고, 13일부터는 정정 트윗이 2배 이상 많아졌다.
중년 남성이 젊은 여성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사진 한 장으로 촉발된 '버스무릎녀'사건 역시 정황 설명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마녀사냥'이 빠르게 진압된 경우다.
지난달 15일 고속버스 고장으로 도착 시간이 지연되자 항의하는 여성 승객 앞에 무릎을 꿇은 버스 회사 직원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 논란이 일었다. 이어 16일부터 '아버지뻘 되는 분에게 무릎을 꿇게 하다니 여성이 개념 없다'는 내용의 트윗이 올라오기 시작했으며, 해당 여성을 비난하는 이 같은 트윗은 18일 하루에만 1,628건이나 게시됐다. 하지만 19일 새벽 '버스 무릎녀 사건의 실제 이야기'라는 글이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왔고, 실제로는 여성의 잘못이 없음을 증명하는 트윗이 쏟아졌다. 이날 '버스무릎녀'관련 전체 트윗 4,647건 중 소문을 바로잡는 트윗은 무려 3,093건에 달했다. 정정 트윗의 경우 리트윗 비율은 74.78%. 헛소문 트윗의 11.97%를 6배나 압도하는 수준이었다.
'연신내 살인사건' 소동은 사건 관계자의 발빠른 대처야말로 SNS 뜬소문을 가장 효과적으로 바로잡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증명한 사례. 지난달 23일 오전 2시께 네이트 게시판에 '연신내에서 두 건의 살인사건이 났다'는 글이 올라오자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포털사이트 다음에서는 실시간 검색어 1위로 '연신내'가 오를 정도로 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하지만 2시간 후 은평경찰서 관계자가 트위터에 '근거 없이 연신내 살인 사건이라고 글 올리신 분, 함부로 허위 사실 유포해서 시민 불안하게 하지 마세요'라는 글을 올리면서 빠르게 소문은 가라앉았다. 23일 하루 게시된'연신내 살인사건' 소문 트윗은 237건, 정정 트윗은 454건으로 이미 소문이 돈 첫날 정정 트윗이 소문 트윗을 압도했다. 이번 분석을 진행한 그루터의 소셜데이터 분석가 이송이씨는 "영향력이 큰 경찰 관계자가 재빨리 정정 트윗을 올려 다른 헛소문들에 비해 많이 확산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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