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이란 단어를 볼라치면 그 자체의 생김이 그 말의 의미와 닮아 있음을 느낀다. 손으로 쓸라치면 어느 한 획 느슨하게 풀어지는 부분 없이 힘이 확 고이는데다 발음이라도 할라치면 혀끝이 바짝 서서 몸 전체가 순식간에 긴장 모드가 되는 것도 말이다.
지구상에 폭력을 일삼는 생명체가 사람 말고 또 있을까. 먹잇감을 놓고 벌이는 맹수간의 다툼도 암놈을 놓고 벌이는 수놈간의 쟁탈도 다 생존 본능에 의거한다고 할 때, 인간만이 유일하게 그 자연스러운 발로를 거스르는 존재가 아닐까 싶다.
뭐 그 덕에 우주선 타고 달나라 땅 따먹기 할 지경에 이른 것까지는 알겠으나 지구 전체가 하루도 조용할 날 없이 핵이니 방사능이니 테러니 서로가 위협 못 해 안달인 걸 보면 인간사 참 가관이다 싶은 요즘이다. 혹시라도 다음 생이 주어진다면 모래 한 알이거나 쌀 한 톨이었으면 하는 심정, 그러니 이해들 하시려나. 다시금 광화문에 하나 둘 촛불이 켜지고 있다.
전문가들 입 모아 문제라는데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강행하는 못난 정부의 무책임함, 이것이야말로 민심에게 행하는 폭력이 아니고 뭐람. 하물며 소뿐이랴. 먹고 살기 힘든 것은 둘째 치고 온 나라 온 국토를 자격증 없는 정원사처럼 난도질한 것도 폭력이라면 폭력일 터, 촛불은 그에 비하면 너무나 아름다운 인간만이 쳐들 수 있는 방패. 부끄럽게도 지금껏 광화문 속 그들에 섞여 있지 못했더랬다. 초 값 얼마나 한다고.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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