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과 농협이 제 때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아 풍림산업이 부도 났다."(우리은행) "시공사인 풍림산업과 시행사 간 이견 탓에 공사비를 지급 못 한 것 인데 우리은행이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국민ㆍ농협은행)
건설사 부도 책임을 둘러싸고 은행들이 볼썽사나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워크아웃 중이던 풍림산업이 423억원의 기업어음(CP)을 막지 못해 결국 2일 법정관리 신청을 냈는데 이 과정에서 주채권단인 우리은행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주단인 국민ㆍ농협은행이 "부도 책임은 네 탓"이라며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
우리은행은 3일 "채권금융기관 회의를 통해 경영난에 봉착한 풍림산업에 대한 정상적인 공사비 지급 안건이 통과됐는데도 지급 주체인 농협과 국민은행이 이를 어겼다"고 밝혔다. 두 은행이 자금줄을 막아 풍림산업이 최종부도 처리되고 회생절차를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이 즉각 반박에 나섰다. 국민은행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분양대금 계좌가 시공사(풍림산업)와 시행사 공동명의로 돼 있어 양측의 합의가 있어야 대금지급이 가능한데 대주단의 중재 노력에도 양측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우리은행은 이처럼 공사미수금을 지급할 수 없는 상황임을 수차례 회의를 통해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풍림산업의 부도 원인과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사자인 농협 역시 "채권금융기관 회의에서 우리의 의사는 묻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농협ㆍ국민은행의 공사비 지급 안건을 통과시킨 것은 의결권이 50%를 넘는 우리은행의 횡포"라며 국민은행을 거들었다.
이처럼 돈줄을 쥔 거대 은행들이 서로 헐뜯기에 나선 와중에 건설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은행들의 갈등이 길어지면서 혹여 가뜩이나 어려운 중견 건설사들이 운영자금 부족으로 연쇄 도산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다. 또 18일 풍림산업의 상장폐지를 앞두고 시장에선 건설주가 줄줄이 급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풍림산업 법정관리행은 경영 잘못보다 채권단의 이해 다툼이 직접적 원인"이라며 "기업 정상화를 신속히 돕는다는 취지로 도입된 워크아웃제의 취지가 무색해졌다"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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