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지인 및 친척을 사칭한 사기 혐의자 두 명이 한 날 한 법원에서 나란히 유죄를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 김대웅)는 2008년 4월초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유년시절에 많은 도움을 준 포항 선배를 통해 피해자 회사가 SK텔레콤의 1군 협력사로 선정되도록 해주겠으니 경비를 달라"고 속여 한 통신회사 관계자로부터 4차례에 걸쳐 52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박모(72)씨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최씨는 자신이 협력업체 선정을 위해 노력했으므로 사기 행위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진술을 여러 차례 번복해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그러한 부탁을 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고도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를 속여 편취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부장 염기창)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외조카를 사칭하며 "배추(국가가 관리하는 1만원권 화폐), 막대기(금), 달러 등을 보관하는 대통령 비자금 비밀창고인 '창'을 관리하고 있는데, 5억원을 구해다 주면 2~3시간 내 창고에서 7억5,000만원 상당의 금, 달러, 국권 등을 가져다주겠다"며 피해자를 속여 5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김모(40)씨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가 자신의 '창'에서 보관하고 있는 것이라며 피해자에게 보여준 금, 현금, 달러의 사진은 피고인이 인터넷에서 저장한 것이거나, 지인에게 이 같은 이름을 적어달라고 부탁해 받은 것"이라며 "피해자 외 2명에게도 30억 원을 추가 투자 받고자 한 것으로 보이고, 달리 피해자에게 이익금을 주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점 등을 종합하면 사기행위 및 편취 의사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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