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그리스가 유로동맹에 가입한 1999년의 GDP는 1,360억 달러였다. 그로부터 10년이 경과한 2009년의 GDP는 달러화기준 3,470억불로 공식집계 되어있다. 즉, 경제성장률로 따지면 10년간 255%, 단순평균으로는 년간 25.5%의 경이적인 경제성장을 기록한 셈이다. 관광산업이외 변변한 제조산업 하나 없는 그리스란 작은 나라가 어떤 요술램프의 힘을 빌렸기에, 세계 최고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근면한 동아시아권 경제성장률의 3배가 넘는 기록적인 경제성장을 10년간이나 기록한 것인가. 이유는 간단하다. 그리스 정부명의로 마구잡이식 돈을 빌려서 복지명목으로 10년간 모든 국민들이 나눠썼기 때문이다.
국가부채통계를 보면 2000년 그리스 국채는 금액기준 1,250억 달러로서 GDP의 94%에 달한 반면, 지난해에는 4,860억 달러로 GDP의 160%에 달하게 된다. 즉 10년간 늘어난 부채금액은 3,600억 달러로 10년간 증가한 GDP금액 2,110억 달러를 능가한다. 다시말해 GDP증가가 사실은 빚을 내어 흥청망청 잔치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통계수치상 명확히 드러나는 것이다. 국가가 빚을 내어 조달한 자금을 국가성장동력을 키우는데 쓰지 않고 정치권 및 국민들이 무책임하게 나눠 쓴 대가를, 이번 EU집행부와의 약속을 통해 향후 30년 넘는 기간동안 갚아나가야 하는 셈이다.
어찌되었거나 이런 그리스를 구제하기 위한 유럽의 무리수는 이후 크고 작은 부작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먼저, 스페인 포르투갈 등 비슷한 처지의 남유럽국가들에게는 그리스의 사례가 하나의 모럴 해저드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즉 1차 및 2차 구제금융을 통해 2,800억 유로라는 천문학적 부채를 탕감받는 그리스 경우를 이미 보았으므로, 자신들도 허리를 졸라매기 전 일정부분 비슷한 규모의 탕감받기를 원하는 심리가 작동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심리적 기조가 깔리다 보니 기존에 약속한 긴축재정의 목표치가 달성될 리 없는 것이며, 그러다 보니 스페인 10년만기 국채금리가 금년들어 다시 6%를 돌파하는 등 금융시장은 또 다시 유럽발 재정위기에 휩싸이게 되는 것이다.
한편 그리스 국채교환시 명백한 디폴트사유임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이었다는 명목하에 ISDA(국제 스와프파생 금융협회)는 그리스 국채가 디폴트사유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CDS(신용부도스와프)계약 발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유권해석을 내렸었다. 그러자 그리스 국채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한 뒤 이를 CDS계약으로 헷지해 놓고 있던 세계적인 금융회사 MF 글로벌이 망해버리는 희한한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이후 국제금융시장에서는 CDS계약에 대한 심각한 신뢰성 문제가 제기되는 등 그 부작용이 계속되고 있다. 그리스의 경우 같은 유로화 국채이지만 그리스 국내법에 따라 발행된 채권과 국외에서 발행된 채권의 두가지 종류가 있는데, 국내법 적용을 받는 채권은 집단행동조항(CAC's)을 발동시켜 30년장기, 3.5%저리의 국채로 강제교환시킬수 있었다. 반면, 국외발행 채권은 교환을 강제할수 없음을 노리고 엘리엇 펀드라는 세계적 벌쳐펀드가 이를 매집한 후 강제교환을 거부하고 현재 국제사법에 제소해 전액상환을 청구하고 있다. 향후 이 펀드가 전액상환을 받는다면 이미 자발적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타 투자가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날 것이 뻔하다. 혼란사태가 예고되는 대목이다.
스페인 및 이태리는 이러한 예를 전철삼아 국채의 국외발행을 억제하고 국내발행을 확대하고 있다. 같은 유로화 채권임에도 불구하고 국외에서 발행된 채권과 국내발행 채권간의 수익률차이가 확대되는 등 여러가지 기형적인 모습이 확대되고 있다. 무리수에 따른 부작용은 두고두고 국제금융계에 긴 상흔을 남길 전망이다.
하태형 수원대 금융공학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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