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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신문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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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신문의 미래는?

입력
2012.05.0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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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앞으로 신문이 사라질까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면 난감하다. 엄밀히 말해 인류 역사상 완전히 사멸된 미디어는 없다. 아마도 신문 역시 완전히 죽어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신문 형태로는 과거의 권위를 계속 지켜나가기 힘들 것임은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퓨 리서치 연구소가 미국 신문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신문 독자는 노인층을 포함한 전 연령대에서 감소하고 있으며, 주말판 평일판 할 것없이 광고 매출이 급속히 추락하고 있다. 미 신문산업의 정체는 라디오의 등장과 함께 시작되어 가정용 텔레비전의 보급으로 가속화된 이래 50년 이상 지속된 흐름이다. 하지만 최근의 광고 매출 및 판매 부수의 감소는 자못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미국의 지역신문들을 떠받쳐왔던 개인간 물품 판매 광고들도 확 줄었고, '크레이그스 리스트'같은 웹사이트가 그 역할을 대체하는 형국이다. 신문의 매출 중 온라인 광고의 비중은 늘고 있으나, 구글이나 페이스북같은 '소셜 미디어' 또는 '검색엔진'형태의 온라인 광고회사보다 훨씬 뒤쳐져있다. 독자와 광고 매출의 동반 하락은 신문기업의 구조조정과 기사의 질 저하라는 악순환을 일으키고 있다.

문화사적으로 보면, 신문은 기자가 취합한 사실에 기자나 편집인의 해석이 얹혀진 대단히 독특한 매체이다. 넓다란 종이에 지난 24시간 동안 있었던 일들이 다양한 광고와 함께 보기좋게 정리되어있는 정보의 보고다. 신문 저널리스트는 통신사나 다른 언론 매체가 취합한 기사를 분석할 수도 있고, 자신이 직접 취재원에게 다가가 일차 정보를 가져올 수 있는 역량과 특권이 있는 집단이다. 그리고 편집회의를 통해서 정해진 방향에 따라 그런 사실을 어떻게 해석할지 결정하고 인쇄한 뒤, 신문을 독자의 집 문 앞에까지 배달하는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인쇄와 유통에 드는 비용보다도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일간신문의 보급은 '인쇄매체 문명의 시대'를 활짝 열어젖혔다. 지금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영향력 못지않게 인류의 삶을 바꿔놓았다. 대단한 매체다.

이제 신문산업에 필요한 것은 자신감의 회복과 상상력의 발흥이다. 방송사나 포털사이트보다도 열악한 처우나 매체 위상의 추락에 우울해하는 신문사 종사자는 많이 보았지만, 미래의 신문이 어떤 모습을 가지면 독자들에게 더 어필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직접 실험하고 검증하는 사람은 별로 보지 못했다. 우리 집 아이는 종종 4페이지짜리 어린이용 '타임' 주간지를 학교에서 받아온다. 디자인이 제법 진짜와 비슷하다. 그 타임지에는 교육적인 내용과 함께 학생이 직접 풀어볼 수 있는 문제도 들어있다. 바로 미래 독자를 선점하려는 노력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페이스북에서 읽는 기사를 친구들과 공유하고 평가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뉴스기사를 널리 읽히는 플랫폼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올띵스디'라는 웹사이트를 구축해서 뉴미디어와 테크놀로지 관련 기사와 평론만을 심도있게 서비스하고 있다. 콘텐츠 전문화를 위한 몸부림이다. 지금 여러분이 읽고 있는 한국일보도 팟캐스트와 스마트폰용 앱을 출시하는 등 변화하는 독자의 취향에 부합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런 노력이 열매를 맺으려면 조금 더 파격적인 시도가 필요하다. 미래학의 대가 짐 데이토 교수는 '말도 안된다', '터무니없다'는 생각이 드는 비전을 가져야 꿈같은 미래를 현실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인은 그런 비전을 현실로 만드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도 했다. '터무니없는 비전'의 예를 들어보자. 둘둘 말아서 다닐 수 있는 디스플레이에 무선 인터넷을 통해 매일 신문기사를 배달하는 것은 어떨까. 노인들을 위해 글자 크기와 배경색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신문 웹사이트와 스마트폰용 앱은 어떨까. 찬란한 인쇄문명을 이끌었던 신문이 치열한 고민을 통해 독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그 날을 기다려본다.

김장현 미국 하와이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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