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유혈사태가 13개월째 계속되면서 역사적 유물 파괴가 심각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인 수도 다마스쿠스에는 옛 성채, 대사원, 시장 등 유적들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어 매년 수백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AP통신은 문화재 담당 관계자를 인용, 시리아 최고 관광지로 꼽히는 1,000년 역사의 크락 데 슈발리에 성채에 무장한 군인들이 침입해 직원을 내쫓고, 귀중한 유물을 약탈했다고 2일 보도했다. 1031년 건설된 이 성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돼 있다.
정부군과 반군의 교전으로 주요 유적지들도 파괴됐다. 양측의 포격으로 수 백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슬람사원과 기독교 교회, 야외시장 유적들이 형태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일부 성채는 군 기지로까지 오용되고 있다. 지역 활동가들이 온라인에 공개한 사진에는 하마 인근의 12세기 유적인 알 마디크 성채가 3월 포격을 받아 화염과 연기기둥에 휩싸였으며, 성벽 곳곳에 구멍이 뚫려있다. 또 정부군 탱크가 이곳에 진입하기 위해 불도저로 출입구를 넓히고 성벽 일부를 밀어내는 사진도 공개됐다.
2,000년 된 고대 오아시스 사막도시인 팔미라의 신전과 사원 등 오래된 건축물들도 파괴 위기에 직면해있다. 정부군은 최근 이 유적지 일대를 에워싼 채 한 성채에 군부대 기지를 설치하고 반군과 교전하고 있다고 목격자들은 말했다.
전문가들은 2003년 미군이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 바그다드 내 주요 박물관들이 파괴된 사례와 비슷하다며 우려한다. 시리아를 방문한 스페인 고고학자 로드리고 마르틴은 "동서문화의 갈림길에 있는 시리아는 수천 년에 걸친 고고학적 유물이 모여 있다"며 "이곳에서 벌어지는 유적지 파괴는 인류 역사책의 한 페이지를 불태우는 것과 같다"고 경고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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