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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비대칭 전력을 방어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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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비대칭 전력을 방어할 수 있나

입력
2012.05.0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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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ㆍ25전쟁 당시 남ㆍ북한 군사력은 북한 병력이 약 20만 명, 우리가 약 10만 명으로 절반 수준이었고, 북한은 240여대의 전차와 전투기를 포함한 200대 이상의 각종 항공기를 보유했던 반면 우리는 전차나 전투기가 한 대도 없었다. 거기에다 제대로 된 작전계획이나 체계적인 정보 수집ㆍ분석 능력도 없었기 때문에 전쟁 발발 사흘 만에 서울이 점령당하고 국군은 붕괴되어 대한민국이 존망의 위기에 처하는 참담한 상황을 경험했던 것이다.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능력을 갖지 못하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사실을 직접 체험 했으면서도 우리의 군사력은 전쟁 후 오랜 기간 동안 북한에 미치지 못했다.

상당 기간 동안은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독자적인 무기 구매나 생산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미국의 군사원조에 의존 할 수밖에 없었고 지금 이 시점에도 우리의 군사력은 양적인 측면에서 북한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병력은 우리가 65만 명인데 비해 북한은 119만 명이고 전차 2,400대 4,100, 함정 120대 420, 전투기 460대 820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북한은 우리보다 2배에 가까운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군의 장비들은 상당수가 구형이고 노후화 된 반면 우리군은 눈부신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첨단화된 장비들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이제 남북 간의 재래식 군사력은 질적 양적 측면을 함께 고려한다면 거의 균형을 이루었고 일부 분야에서는 우리가 앞서 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재래식 전력은 균형을 이루어 가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가 북한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은 북한의 비대칭 전력 때문이다.

비대칭 전력은 적은 가질 수 있으나 우리는 갖기 곤란한 전력이며 적은 비용으로 확보 하지만 이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는 특성이 있다. 북한은 공중ㆍ해상ㆍ육상으로 침투 할 수 있는 특수부대와 수도권을 겨냥하고 있는 장사정포 그리고 엄청난 양의 생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일정량의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 되고 있다. 유도탄의 경우 스커드, 노동, 무수단, 대포동을 거쳐 이제는 대륙간탄도탄 확보를 눈앞에 두고 있다.

북한이 서울을 공격하면 우리도 평양을 공격한다는 말도 있었지만 북한이 서울을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과 장사정포의 물량에 비해 우리가 평양을 공격 할 수 있는 전력은 극히 제한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설사 같은 양의 화력을 퍼붓는다 해도 평양에 비해 서울은 잃을 것이 너무도 많다.

우리나라는 이제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고 국민총생산은 북한의 40여 배에 달한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베푸는 나라로 바뀌었다고 자부하고 있고 국제사회에서의 역할도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 스스로를 지키는 능력과 북한의 군사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 북한에서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이를 탐지ㆍ격파할 수 있는 수단은 거의 전무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고 북한 비대칭전력들의 근원을 감시ㆍ타격할 수 있는 능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군도 얼마 전 신형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을 공개한 바 있지만 이러한 형태의 무기들은 탄두 중량에 한계가 있어 대부분의 중요 시설을 지하화하고 있는 북한군에게는 결정적인 위협이 되지 못한다. 북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핵심 성능을 갖춘 무기체계들이 필요하다. 그것은 적의 움직임을 샅샅이 들여다볼 수 있는 정보 전력과 세계에서 가장 조밀하다는 북의 방공망에 포착되지 않고 침투할 수 있는 능력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리고 대부분이 지하화 되어있는 핵심 시설들을 무력화 시킬 수 있는 강력한 파괴력과 갱도입구나 환기구 같은 점표적을 명중시킬 수 있는 초정밀 무기체계가 필요한 것이다. 복지도 좋고 SOC도 필요하지만 이제 우리도 적의 도발을 억제 하고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일에 과감히 투자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이한호 전 공군참모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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