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진보 언론들이 자금난에 휩싸여 폐간 위기에 처하거나 주인이 바뀌고 있다. 진보 성향 정치전문 격월간지 아메리칸프로스펙트는 5월 말까지 50만달러의 기부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발행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메리칸프로스펙트는 뉴리퍼블릭, 네이션과 함께 진보진영의 대표 언론으로 꼽힌다.
1980년대 미국 사회가 보수주의에 경도된 것에 자극받은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히, 로버트 쿠트너 등이 90년에 창간했다. 이후 22년 간 진보사상과 진보진영을 지원했고 월가 점령 운동을 거대한 개혁의 파도로 분석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의 유명 칼럼니스트 에즈라 클라인을 비롯, 기존 매체에 언론인을 보급해 기자 인큐베이터로도 불린다. 2년 전 편집권의 독립을 보장받고 싱크탱크 데모스에 인수됐으나 다시 자금난에 휩싸인 셈이다. 키트 라칠리스 편집장은 "미국 진보주의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역시 자금난을 겪던 저명한 진보 평론지 뉴리퍼블릭은 지난달 페이스북 창업자중 한 사람으로 20대의 억만장자인 크리스 휴즈에게 인수됐다. 1914년 창간된 뉴리퍼블릭은 조지 오웰의 글을 게재했으며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과 진보 인사들이 주된 독자층이었다. 대표적 진보 언론들의 위기는 활자 매체의 쇠퇴와 함께 미국에서 위축되는 진보주의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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