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짐바브웨 국명보다 '무가베'가 더 익숙하다. 지난 2월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88세 생일파티를 벌였다. 33년째 집권하고 있는 그는 "100세까지 대통령을 하겠다"고 다짐했고, 집권여당은 그를 이미 2014년 대선 후보로 확정해 놓았다. 1인당 국민소득 129달러, 1,200만 인구 80%가 실업자, 국민 20%가 에이즈감염자, 평균기대수명 39세. 짐바브웨의 현실 속에서 그는 국부를 거의 독점하고 있다. 세계 최고령 독재자로 노욕(老慾)의 상징이다.
■ 인생에서 청년출세(出世), 중년상처(喪妻), 노년무전(無錢)을 피해야 한다는 말이 흔하다. 출세한 청년이나 상처한 중년이 하는 얘기라기보다 무전을 걱정하는 '예비 노년'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나이가 들면 돈이 없어지는 상황이 오히려 당연한데도, 그 걱정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아야 하는 세태다. 가정에서 그렇고, 친구간에도 그렇고, 사회에서도 그렇고…. 자연스럽게 '유전(有錢) 노년'을 최소한이라도 보장하는 정책이 국가적 이슈 중 하나가 되었다.
■ 군자삼계(君子三戒)라는 공자 말씀이 있다. 의 기록이다. 앞의 표현처럼 해석하면, 청년시절엔 여색을, 중년시절엔 투쟁을, 노년시절엔 욕심을 경계해야 성공한 인생이 된다는 의미다. 노년의 공자가 자신의 심정을 피력한 글이어서 노욕을 제어하려는 다짐이 엿보인다. '계지재득(戒之在得)'이라며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재물을 획득하는 일을 경계하고 있다. 혈기가 이미 쇠약해져 판단력마저 흐려질 우려가 있다는 점이 그 이유다.
■ 노년무전을 걱정하되 노욕을 경계하는 일이 결코 쉬울 수 없다. 재물과 권력이 유착돼 있는 사회에서 아름다운 은퇴와 존경스러운 원로의 모습이 제대로 자리잡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4ㆍ11총선 당시 노욕이니 경륜이니 하는 말싸움들이 많았다. 개인이든 기업에서든 노년의 당사자끼리 재산싸움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해할 수 없는 재물 욕심으로 구속되는 사례도 본다. 스스로 '혈기가 쇠약해졌음'을 인정하여 욕심을 경계하는 일이 '노년 군자'의 덕목이다.
정병진 주필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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