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시각장애인 인권변호사 천광청(陳光誠)이 이르면 2일 신병치료 차 미국으로 떠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도 가능한 한 빨리 사태를 매듭짓고 싶어하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일 미국 텍사스주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차이나애이드의 푸시추(傅希秋) 회장이 “미국과 중국은 천 변호사 사건이 조속히 해결돼 3일 베이징(北京)에서 시작하는 연례 전략경제대화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길 원한다”며 “천 변호사 가족이 신병치료 차 미국으로 가는 방안이 강구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천 변호사 및 미국 정부와 연락을 이어 온 푸 회장은 “관영 매체가 곧 천 변호사의 미국행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지극히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것도 이미 속전속결 합의를 이룬 것 아니냐는 추측을 부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4월 30일(현지시간) “이 문제(천 변호사 사건)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다만 “강조하고 싶은 것은 중국과 만날 때마다 인권 문제를 제기한다는 점”이라며 “이는 자유와 인권에 대한 우리의 신념과 일치하는데다 중국이 체제 자유화를 통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4월 29일 예정보다 일찍 중국에 도착한 것도 중국과 이 문제를 상의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천 변호사가 미국행을 택할지는 미지수다. 베이징에 도착한 천 변호사를 만난 인권 운동가 후자(胡佳)는 “천 변호사는 망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중국에서 중국의 인권을 위해 투쟁하기 위해 탈출했다”고 밝혔다. 후씨는 또 “천 변호사는 중국이 언젠가 인권을 존중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며 “베이징에 비정부기구를 세워, 장애인의 권익을 위한 활동을 할 수 있길 원한다”고 전했다. 천 변호사가 미 대사관으로 들어간 것은 이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인터넷에는 중국에 남아 투쟁하겠다는 천 변호사의 용기에 감동받았다는 댓글이 적잖다.
그러나 천 변호사가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을 중국 당국이 허용할 리 만무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미국으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에 힘이 더 실린다.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사회안정이 최우선 과제인 중국 입장에서 봐도 천 변호사 사태가 장기화하는 것은 득이 될 게 없다.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의 낙마로 이미 분열상을 노출한 중국 지도부가 천 변호사의 처리 방향을 놓고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한다면 예측하기 힘든 혼란에 빠질 수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천 변호사가 중국에서 사라지는 것이 지도부의 골칫거리를 더는 일”이라고 말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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