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금으로 시켜주신 짜장면 하나에 나는 행복했어. 하지만 어머닌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다섯 남자는 기타 반주에 맞춰 홀어머니의 희생과 사랑을 담은 노래 ‘어머님께’(그룹 ‘자전거를 탄 풍경’ 곡)를 열창했다. 5명 모두 사회복지사인 이들은 일하며 만난 어려운 이웃, 특히 한부모 여성 가장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애정을 담아 부른 이 노래로 지난달 12일 열린 제33회 근로자가요제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울산시시각장애인복지관 사회복지사 정영현(32), 양효형(30), 이병희(34), 김재식(32), 유재국(30)씨가 주인공들이다. 팀 이름은 ‘그린 듯이 아름다운 날개’를 뜻하는 ‘그린나래 5’. 이들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모여 만든 그룹이기도 하다. 이ㆍ김ㆍ유씨는 선천성 1급 시각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이씨와 김씨는 복지관에서 각각 시각장애인 직업과 교육을 담당하고, 유씨는 안마사로 일한다. 비장애인인 정씨는 독거 노인 돌봄, 양씨는 시각장애인 교육 보조 업무를 맡고 있다.
이들이 처음 팀을 꾸리게 된 것은 2007년. 누구 하나 정식으로 노래나 악기를 배워본 적 없었지만, 복지관 직원 연수 때 공연을 하기 위해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정ㆍ양ㆍ이씨 3명으로 팀이 결성됐다. 이후 김씨와 유씨가 새로 입사하며 멤버가 늘었다.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에 시간을 쪼개 복지관 인쇄실에서 노래 연습을 했다. 그러던 중 2010년 전국사회복지사 장기자랑에 나가 1등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지난해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신년회, 울산 장애인체전 선수 해단식 등에 초청돼 공연을 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가요제에 출사표를 던진 것은 이번 근로자가요제가 처음이었으나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가요제 당일 새벽 5시에 울산을 출발,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대기와 리허실 등을 거쳐 오후 9시에 무대에 오르다 보니 멤버 모두 지칠대로 지쳐있었다.
총 1,141명의 근로자들이 예선에 참가해 20팀이 겨룬 본선에서 고용부장관상을 받은 이들은 상금 500만원 중 일부를 이미 복지관에 기부했다. 정씨는 “앞으로 우리를 찾는 곳이면 어디든 가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화합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드리겠다”고 다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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