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생명의 역사를 가진 바다에는 독특한 사냥법을 개발해 온 바다생물들이 있다. 2일 밤 10시 방송하는 KBS1 '환경스페셜'은 위장, 매복, 기습, 연대 등 기상천외한 전략을 가진 바다 속 최고의 사냥꾼들을 소개한다.
번쩍이며 발광하는 갑오징어는 최면술의 대가다. 먹이를 찾아 분주히 돌아다니던 게를 첫사랑이라도 만난 것처럼 얼어붙게 만든다. 갑오징어는 빛을 반사하고 굴절시켜 다양한 색의 빛을 내는 홍채세포와 백색, 은색 소포를 이용해 상대에게 환각을 일으킨다. 낚시질 하는 물고기 씬벵이는 이마에 매달린 촉수를 흔들어 물고기를 유인해 진공청소기처럼 순식간에 흡입해 버린다. 험상궂은 외모와 달리 지능적으로 물고기를 낚는 게 타고난 강태공이다.
매복과 수색의 명수들도 있다. 모래 바닥에 감쪽같이 몸을 숨기고 먹이가 나타나길 기다리는 매복의 명수 넙치와 모래에 몸을 숨겨 천적을 피하는 염통성게는 숨기의 달인이다. 반대로 헬멧고둥은 모래 바닥을 샅샅이 훑어 꼭꼭 숨어 있던 염통성게를 기막히게 찾아낸다.
블랙홀의 신비를 닮은 대왕 말미잘의 모습도 카메라에 담았다. 엄청난 중력으로 주변의 천체를 끌어들이는 블랙홀처럼 먹잇감을 빨아들이는 대왕 말미잘은 촉수에 닿는 순간 놀라운 흡입력을 발휘한다.
살아남기 위해 강자와의 연대를 전술로 삼은 지략가들도 있다. 놀래기는 몸길이가 최대 6m에 몸무게는 최대 1.5톤에 이르는 만타가오리를 따라다니며 몸에 붙은 기생충을 제거하고 상처를 치료해주는데, 다른 사냥꾼들의 공격을 원천 봉쇄하는 전략적 연대다. 약육강식의 법칙이 절대적인 심해의 먹이사슬에서 포식자인 강자에게 무섭게 덤벼드는 약자들의 모습도 흥미롭다. 부성애가 깊기로 소문난 쥐노래미는 부화중인 알을 돌보다 수컷 성게가 침입하자 입에 가시가 박히는 고통도 잊은 채 마구 물어뜯는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