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연대(連帶)는 좋은 것이고, 어떤 연대는 나쁜 것인가요?"
요즘 정치권의 최대 화두로 등장한 '연대'에 대해 질문을 종종 받는다. 연대는 본래 '여럿이 함께 무슨 일을 하거나 함께 책임을 진다' 는 뜻이다. 4ㆍ11총선에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MB정권에 대항해 '야권연대'를 성사시켰다. 야권이 총선에서 패배한 직후에는 야권연대의 득실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졌다. 요즘 민주통합당에서는 원내대표 경선(4일)을 앞두고 연대를 둘러싼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새누리당에선 정몽준 전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의원 등 비박(非朴) 진영 대선주자들이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 맞서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민주통합당에선 이해찬 전 총리와 박지원 최고위원이 합의한 '당 대표-원내대표 역할 분담'을 둘러싼 논란이 일주일째 계속되고 있다. 역할분담론은 '문재인 대선 후보'를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번 합의에 대해 '영남(문재인)-호남(박지원)-충청(이해찬)의 지역 연대'란 의미가 부여됐다. '친노그룹과 비노(非盧)그룹의 연대' 'DJ세력과 노무현세력의 손잡기' 라는 말도 나왔다.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하는 '비(非) 박지원 진영' 후보 3인은 연일 '이-박 합의'에 대해 '담합'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유인태 전병헌 이낙연 후보는 1일 '이-박 연대'에 맞서 3자 연대를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반면 박 최고위원 측은 "담합이 아니라 친노-비노세력의 단합'이라고 반박했다.
요즘 여러 가지 연대 논의가 있지만 유독 '이-박 합의'에 대해 비난이 쏟아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연대는 대체로 강한 경쟁자나 적을 상대로 힘을 모으는 것이다. 또 연대를 추진하려면 실리뿐 아니라 명분이 있어야 한다. 이 같은 요소를 갖추고 있으면 손 잡기에 나선 세력들은 '좋은 연대'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명분이 없는 편짜기는 '나쁜 연대'가 될 수밖에 없다. 강자나 선발주자끼리 힘을 모아 약자나 후발주자들의 활동 공간을 축소시키면 '담합'이란 말이 나오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역대 정권에서의 야권연대는 '거대 여당 견제'라는 나름의 명분을 갖고 있다. 물론 야권연대에는 득과 실이 있다. 특히 올 대선을 앞두고 야권연대를 둘러싼 득실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심판'보다는 '미래 비전'이 주요 화두로 등장하는 대선에서는 연대하는 정당과 후보 간의 정책 조율이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1997년 대선 과정에서는 'DJP(김대중+김종필) 연대'의 명분을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벌어졌다. 당시 야권은 개혁과 보수세력의 화합 및 안정적 국정 운영 등을 명분으로 내걸어 DJP연대를 추진해 집권에 성공했다. 그러나 1990년의 3당 합당에 대해서는 '야합'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제1당인 민주정의당과 통일민주당(제3당), 신민주공화당(제4당)의 3당 통합은 평화민주당을 포위하는 거대 여당을 만들어냄으로써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훼손시켰기 때문이다.
이번에 민주당 내부의 '이-박 합의'에 대해 담합이란 비난이 쏟아지는 것도 연대의 원칙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우선 강자끼리의 연대여서 당내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 당내 최대 세력인 친노그룹과 일부 호남그룹이 손을 잡았기 때문에 다른 세력이 그 틈새에서 활로를 찾기가 어렵다. 이에 따라 당내에서 "삼성과 현대가 손을 잡고 독과점 담합 구조를 만들어낸 것"이란 비난이 쏟아졌다. 또 이들은 친노-비노그룹의 단합을 통해 정권교체를 용이하게 할 수 있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받아들이기 어렵다. 오히려 '구태 정치의 부활' '권력 나눠먹기' 등의 비난이 쏟아지면서 민주당의 대선 전략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 같은 담합을 편들어준 문재인 상임고문도 상처를 입었다. 편짜기는 정치권에서 불가피하다. 하지만 최소한의 명분과 모양새를 갖춰야 한다. 그래야 '좋은 연대'라고 주장할 수 있다.
김광덕 정치부장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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