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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착한 척이라면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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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착한 척이라면 미안해요

입력
2012.05.01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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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애는 미소를 갖고 있다는 게 기특해서, 우는 애는 눈물을 흘릴 줄 안다는 게 짠해서 애라면 사족을 못 쓰는 나라지. 2005년 처음 결연이란 걸 시작했을 때는 그 마음이 최고조여서 아이들 머릿수 늘리기에 온통 정신이 팔렸었다지.

제 가랑이 찢어지는 줄도 모르고 한 달에 3만원 그 까짓것 하다가 카드 명세서를 열어보고 화들짝 놀란 나, 그로부터 서너 달 뒤 후원 단체에 전화를 걸어 이렇게 뒷북을 쳤더랬지. 죄송한데 끊어주시겠어요? 제 여력으론 오버다 싶어서요. 너무 솔직해서였는지 살짝 웃음 끝에 간사님은 보다 부드러워진 말투로 아이들 가운데 누구의 결연을 중단할 것인지 그 이름을 알려 달라고 했더랬지.

가만, 걔가 누구더라? 결국 전화를 끊고 아이들의 친필 편지와 사진이 담긴 종이 박스를 열었더랬지. 더듬더듬 영문을 읽어도 대번에 발음되지 않는 이름은 보츠와나, 부르키나파소, 방글라데시, 볼리비아 등 내게 익숙지 않은 나라의 아이들인 까닭이었지.

네모 반듯 접어둔 세계지도를 펼치자 군데군데 빨간 동그라미가 구름처럼 떠 있었는데, 그건 내가 아는 아이들의 나라가 어디쯤 위치했는지 세계지도 위에 하나하나 표시를 해둔 연유로였지. 아이들이 내게 준 앎이란 아이들을 몰랐다면 내 것이 아니었을 세계에 대한 관심이구나. 열둘이었던 아이들을 반으로 줄인 기준에 대해서는 묻지 마시라. 다만 외모를 조금 본다는 게 힌트라면 힌트랄까.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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