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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만 노렸다… 10대 폭주족 '증오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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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만 노렸다… 10대 폭주족 '증오 범죄'

입력
2012.04.3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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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호객행위를 하는 트랜스젠더들을 범죄대상으로 삼아 폭행과 함께 금품을 뺏은 10대 폭주족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의 대담하고 무자비한 폭행 방식과 정도로 볼 때 단순한 금품갈취 목적이라기보다 '혐오ㆍ증오 범죄'에 가까워 우려를 낳고 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소월길 등 남산 관광로 일대에서 성매매 호객 행위를 하는 트랜스젠더들을 무차별 폭행하고 240여만원의 금품을 빼앗은 혐의(특수강도상해 등)로 고교 중퇴생인김모(18)군 등 10대 폭주족 3명을 구속하고 엄모(16)군 등 1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군 일당의 범행은 지난달 2일 시작됐다. 이날 오전 4시쯤 오토바이 3대에 나눠 탄 10대 폭주족 7명은 서울 용산구 미8군 휴양소 앞 도로에서 호객행위를 하고 있는 김모(51)씨의 가방을 빼앗기 위해 접근하자 놀란 김씨는 도로로 뛰어들어 택시를 타고 달아나려 했다. 하지만 이들 10대 폭주족들은 택시를 가로막은 뒤 문을 열고 "야이, ⅹⅹ년아. 내려 이 xxx야"라며 발로 김씨를 걷어차는 등 폭행했다. 김씨가 이에 반항하며 택시 문을 닫아 현장을 피했으나 이들의 범죄행각은 도를 더해갔다.

오토바이를 탄 10대 폭주족 16명은 닷새 뒤인 7일 오전 3시쯤 범행대상을 물색하다 한남동 H호텔 인근에 서 있던 트랜스젠더인 또 다른 김모(39)씨를 발견하자 피해자를 에워싼 뒤 집단폭행과 함께 현금 10만원과 아이폰 등 금품을 강탈했다. 지난 25일 오전1시30분쯤에는 한남동 남산도로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김모(39)씨에게 다가가 다짜고짜 오토바이 헬멧으로 김씨의 머리를 수 차례 가격해 쓰러뜨려 발과 주먹으로 집단 폭행한 뒤 현금 15만원과 스마트폰을 빼앗았다. 10대 폭주족들은 이날 새벽에만 트랜스젠더 3명을 똑같은 방식으로 집단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것으로 드러났다.

트랜스젠더들은 호객행위를 하던 상황인데다 도망을 가도 쫓아와 집단폭행을 하는 10대들의 잔혹함에 놀라 신고를 꺼리다 피해자가 늘어나자 경찰에 신고했다. 남산 관광로 일대에서 트랜스젠더들의 성매매 행위는 5년 전부터이며 그 수는 20여명 정도로 알려졌다.

은평구에 거주하는 동네 선후배 사이로 같은 고교 재학생이거나 중퇴생들인 10대 폭주족들은 남산 일대를 오토바이로 돌아다니다 행인이 드문 새벽에 트랜스젠더들이 길거리 호객행위를 하는 것을 보고 범행대상으로 삼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평소 아르바이트용 오토바이를 이용해 또래 10대들의 금품을 뜯어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10대 폭주족들이 남성의 목소리에 여성스러운 행동과 말투를 쓰는 트랜스젠더들을 우습게 여겨 재미 삼아 폭행했다는 진술을 하기도 했다"며 "일반적으로 돈을 노린 범행의 경우 집단 폭행 대신 빠른 시간 내 금품을 강탈하는 게 특징이지만 이번 사건은 혐오자에 대한 분노가 표출돼 폭행 수위가 높았다"고 말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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