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분 토론에서 보면 공평한 시간을 줘야 공평한 공격, 방어가 이뤄지더라. 그래서 재판부가 스톱워치를 가져왔다."
수 천 억원대 업무상 배임ㆍ횡령 혐의로 기소된 김승연 회장 등 한화그룹 임직원에 대한 공판을 맡은 새 재판부가 30일 색다른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공판중심주의' 원칙을 강조하면서 검찰과 변호인 측에 공정한 시간 배분을 약속하는가 하면, 검찰의 업무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한화 쪽은 위로하는 발언도 내놨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 재판장인 서경환 부장판사는 이날 공판을 재개하면서 "재판부가 변경된 후 검찰과 피고인이 제출한 5만 쪽에 달하는 방대한 기록을 2개월 정도 살펴보니 양측 모두 비장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공판중심주의 등 원칙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이례적인 재판방식을 밝혔다.
서 부장판사의 이 같은 방침은 한화 사건이 검찰과 피고인간에 유ㆍ무죄의 첨예한 다툼이 있는 사안임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서 부장판사는 "공소사실 거의 모두를 다투고 있어 재판부는 조심할 수밖에 없다"며 "형사소송 원칙에 꼭 맞는 것은 아니지만 양측에 공평한 반론 원칙을 주고 공판기일 마지막에 최종변론 시간도 30~40분 동안 공평하게 주겠다"고 재판 절차를 명확히 했다.
더욱이 아무런 편견 없이 재판에 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서 부장판사는 "유죄 인정 시 양형 기준에 따라 형을 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검찰 쪽에는 유죄 증명을 더 엄격히 적용하고, 유죄 판단 시 김 회장에 대한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분명히 한 것이어서 양측의 사생결단 식 법정 다툼이 예고됐다.
한편 지난달 22일 열린 공판에 병원 입원을 이유로 불참했던 김 회장은 88일 만에 공판에 나왔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