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 '방통대군'으로 불렸던 MB정권 최고 실세의 말로는 초라했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30일 밤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파이시티 개발사업 인허가 청탁 명목으로 이정배 파이시티 전 대표로부터 8억원가량을 수수한 혐의(알선수재)를 받은 최 전 위원장에 대해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최 전 위원장은 이날 밤 늦게 영장이 발부된 뒤 "시련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자중자애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그의 구속은 예상된 결과였다. 대검 중수부가 지난 19일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사건 수사에 착수하자마자 그의 이름이 거론됐을 때, 검찰 안팎에서는 "최 전 위원장에 대한 혐의 입증은 사실상 끝났다"는 얘기가 돌았다. 최 전 위원장에게 돈을 건넸다는 파이시티 이 전 대표와 그로부터 돈을 받아 최 전 위원장에게 전달한 브로커 이동율씨의 진술이 일치하는데다, 이씨의 운전기사였던 최모씨가 최 전 위원장에게 보낸 협박 편지와 사진까지, 결정적 증거를 검찰이 확보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유사 사건에서 통상적으로 실시하는 압수수색도 최 전 위원장에 대해서는 하지도 않을 정도로 혐의 입증을 자신했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했던지 최 전 위원장의 반응도 이전과는 달랐다. 자신의 '양아들'로 불렸던 정용욱 전 정책보좌관을 통해 김학인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으로부터 2억여원의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을 때도 그는 극구 부인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곧바로 "돈을 받은 것은 맞다"고 시인한 것이다.
최 전 위원장은 그러나 자신에게 적용된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의 공소시효가 5년이라는 점을 감안, 이 전 대표로부터 돈을 받은 시점이 2007년초 이전이라며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했으나 검찰과의 공방에서 완패했다. 5월14일로 예정된 그의 심장혈관수술도 명확한 범죄사실 앞에서는 구속을 피할 근거가 되지 못했다. 당초부터 최 전 위원장의 이 같은 전략에 대해 '고육지책'이라는 시선이 주를 이뤘다.
아직 정식 재판 절차가 남아 있지만, 최 전 위원장은 이날 구속됨으로써 언론인으로 시작해 정권 최고 실세로 이어진 인생에 최대의 오점을 남기게 됐다. 그리고 그의 오점은 그대로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을 외쳤던 MB정권의 오점으로 남게 됐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