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을 뒤엎은 총선결과가 예상을 뒤엎는 대선국면 조기 가시화를 이끌어냈다. 총선압승으로 박근혜 대세론이 더 강력하게 재현될 조짐을 보이자 여·야 주자들은 하나 같이 초조해졌을 것이다. '이대로 가면 영영 따라 잡을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초조감이 안철수를, 문재인을, 김두관을, 김문수를, 그리고 이재오, 정몽준의 발걸음을 재촉한 주 요인이었다.
대선판에서는 누군가 한사람이 먼저 움직이면 다른 사람들도 따라 움직이지 않을수 없다. 쇼트트랙이건 마라톤이건 대선레이스건 레이스의 속성은 똑같다. 상대를 내 페이스에 끌여들여 지치게 만들고 힘을 비축해 놓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스퍼트를 하는 것이다. 너무 뒤처지면 따라가기 힘들고 초반에 너무 힘을 쓰면 끝까지 버티기가 쉽지 않다. 페이스 메이커가 있는 팀 경기도 힘든데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의 장인 대선 국면에서 주자들이 감당해야 할 긴장과 부담은 어떠하겠는가. 우리는 그처럼 혹독하고 치열한 경쟁과 검증의 장을 거쳐 대통령을 뽑는다.
대선국면이 전개되면서 가장 먼저 나타난 구도가 비박연대다. 새누리당내 군소후보들의 연합이므로 비박연대라 부르는 모양이다. 비박연대가 민주통합당이 주도할 반박연합과 대놓고 손잡을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은근한 협조는 가능할지 모른다. 오월동주가 별건가. 그러나 자칫하면 '적전분열'로 규정될 수도 있는 행동을 감행할 만큼 비박연대 세력의 처지가 절박하지 않다는 점은 지적될수 있다. 이번이 아니면 다음을 노리면 되는 것이고 '박근혜 대통령' 아래에서도 정치는 할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말이다. 야권의 반박연합이 이념과 진영의 문제라면 여권의 비박연대는 정치공학의 문제다. 비박연대의 견고함에 의문을 던지는 논거는 바로 이것이다.
이번 대선국면의 또 다른 특징은 민생이다. 여ㆍ야 모두 민생을 소리 높여 외치고 있으므로 올해에는 여ㆍ야 주자들의 다양한 민생행보를 많이 접하게 될 것 같다. 바람직한 일이다. 설사 쇼라 하더라도 그렇다. 쇼도 자꾸하면 현실이 되고 이벤트도 열심히 하면 진정성과 현장성이 살아있는 캠페인이 된다.
새누리당도 이명박과의 차별화같은 소모적인 이슈에 갇히기 보다는 민생행보를 하는 것이 더 낫고 민주통합당도 상투적인 '좌클릭논쟁'에 매몰되기 보다는 제대로 된 민생문제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네거티브의 유혹과 선거공학의 상투성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은 포지티브 캠페인을 힘있게 전개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힘있는 포지티브 캠페인이 민생행보임은 따로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다.
박근혜에게 민생행보는 그의 로얄 패밀리 이미지, 공주 이미지, 불통의 권위적 이미지를 불식시킬 가장 좋은 전략이다. 국민과 함께 땀흘리는 모습,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모습, 국민의 아픈 손을 잡고 고개 숙여 공감하는 모습만큼 지금 박근혜에게 필요한 것은 없다.
안철수에게 민생행보는 구름에 떠 있는 듯한 그의 비현실성을 실감나는 현실적 메시지와 이미지로 만들어 주는 가장 효과적인 통로다. 과연 안철수가 엄혹한 현실과 혹독한 검증을 견뎌낼수 있을까 라는 우려를 불식 시킬수 있는 가장 강력한 행동이다.
문재인에게 민생행보는 그의 박약한 권력의지를 강력한 집권의지로 전환시켜낼 위력적인 이벤트다. 그는 꾀부리지 못하는 사람이므로 민생현장에서야 말로 우직하게 문재인 다움을 잘 보여줄 것이다.
민생은 이렇듯 모든 국민이 요구하는 것이고 모든 대권주자들이 국민과 가장 가깝게 만날 수 있는 장이며 대권주자들의 약점을 보완할 가장 강력한 치료제다. 대통령을 꿈꾼다면 어느 누가 이런 민생행보를 소홀히 할수 있겠는가.
민생행보의 승부는 진정성에서 갈린다. 누구나 하는 민생행보지만 국민들이 진정성을 느끼게 만드는 일은 아무나 하지 못한다. 대선은 시작됐고 승부는 민생에서 가려진다. 그리고 민생승부의 포인트는 진정성이다. 자 어떡하겠는가. 여·야 주자들의 대답을 냉정하게 지켜보자. 그리고 엄격하게 평가하자. 바로 이것이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감당해야 할 주권자의 몫이다.
고성국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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