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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우탄트와 반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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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우탄트와 반기문

입력
2012.04.3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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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출신 첫 유엔 사무총장인 우탄트(1909~1974)는 모국 버마(현 미얀마)에서는 홀대를 받았다. 군사정부에 비판적 태도를 취한 탓이다. 1962년부터 1971년까지 제 3대 유엔 사무총장직을 연임하는 동안 모국 방문은 1964년 한 번뿐. 퇴임 후에도 뉴욕에 머물다 1974년 12월 암으로 사망했다. 양곤으로 옮겨진 그의 시신도 수난을 당했다. 양곤대 학생들이 교내에 묘지를 마련했으나 군사정부는 병력을 투입, 시신을 탈취해 다른 곳에 묻었다.

■ 그 와중에 수백 명의 학생이 희생 당했다. 미얀마를 방문 중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30일 양곤의 우탄트 묘지를 참배했다. 35년 만에 아시아 출신 유엔 사무총장 바통을 이은 반 총장의 감회가 남달랐을 터이다. 반 총장은 2008년 5월 10만여 명의 사망ㆍ실종자를 낸 사이클론'나르기스'참사 때도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하기 위해 미얀마를 방문했다. 유엔 수장으로서는 우탄트 총장 모국 방문 이후 44년 만의 미얀마 방문이었다.

■ 반 총장은 당시 군정 최고 실세인 탄 쉐 장군을 만나 각국 정부와 국제구호단체들의 구호 제안을 받아들일 것을 설득해 관철했다. 지난해 민정이양 이후 본격화한 미얀마 정치개혁과 민주화는 이를 계기로 시작됐다는 게 정설이다.'미얀마의 봄'에 반 총장의 공이 작지 않은 셈이다. 반 총장은 이번에 미얀마의 민주적 개혁을 유엔이 지원할 방안을 찾기 위해 방문했다고 밝혔다. 방문 일정에는 국회연설과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상징 아웅산 수치 여사 면담이 포함돼 있다.

■ 김성환 외교통상부장관도 1,2일 미얀마 행정수도 네이피도를 방문, 테인 세인 대통령 등을 만난다. 한국 외교장관으로서는 27년 만의 방문이다. 1983년 전두환 대통령 일행을 노린 아웅산 국립묘지 테러와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로 소원했던 한-미얀마 관계에 새 국면이 열리는 셈이다. 장기 군사정권 등 비슷한 현대사 경험을 공유하는 미얀마엔 우리의 정치발전과 경제성장이 좋은 모델이다. 우연찮게 겹친 반 총장과 김 장관의 방문이 미얀마 국민에게 큰 희망을 주면 좋겠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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