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는 친구(friend)와 적(enemy)을 넘나든다고 해서 '프레너미(frenemy)'로 불린다.
처음 적으로 만난 둘의 관계는 불편했다. 4년 전 민주당 대선 경선 때 오바마는 클린턴을 통이 작은 스몰 볼 야심가, 시대에 뒤진 정책의 상징으로 몰아붙였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클린턴은 오바마가 도움을 요청하면 뒤돌아보지 않고 그의 옆자리에 선다. 둘의 관계가 진정한 정치ㆍ정책 파트너로 발전했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클린턴이 30일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 매클린에서 열린 오바마 선거자금 모금행사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부인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2008년 경선 캠프를 이끈 테리 맥컬리프 집에서 열린 행사에는 600여명이 초대됐다. 1,000달러를 낸 500여명에게 야외 리셉션이, 2만달러를 낸 80여명에게 만찬이 제공됐다. 즉석에서 210만달러 이상을 모금했다. 클린턴은 "오바마가 재선될 자격이 있다"며 "그는 (탈출묘기로 유명한 마술사) 후디니가 아니다"고 말했다. 경제에서 성과를 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에 오바마는 "내가 재선에 나선 것은 (미국이) 클린턴 이후 길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화답했다. 둘은 이날 행사를 포함해 뉴욕 등 모두 3곳에서 공동 모금행사를 할 예정이다.
오바마에게 클린턴의 가세는 대형 호재다. 경제대통령으로서의 대중성이 높은 클린턴을 통해 자금을 모으고, 유권자에게 오바마의 경제 메시지를 전달하기 쉽기 때문이다. 클린턴의 정치자금 기부 네트워크와 조직까지 건네 받는다는 의미도 있다. 클린턴 지지자인 크리스 레한은 "민주당에서는 두 개의 축이 있었으나 이제 하나의 축만이 있다"면서 "대통령의 당이 그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와 AP통신은 클린턴이 오바마에게 정치적 자산을 지원하는 게 공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힐러리의 2016년 대선 출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힐러리는 부인하지만 최근 그의 주변에서는 차차기 출마설이 계속 흘러 나온다. 힐러리가 4년 뒤 출마하면 지금 클린턴처럼 오바마도 품앗이로 정치적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클린턴이 오바마에게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 클린턴의 공동 행보는 공화당 후보 지지를 유보한 채 정치에서 벗어나 있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큰 대비가 된다. 공화당 유력 후보인 미트 롬니 진영은 부시를 선거운동에 일정부분 참여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대다수 공화당원은 인기 없는 부시의 기용에 부정적이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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