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LG 왼손투수 류택현이 인간 승리를 연출했다.
우리 나이로 마흔두살인 류택현은 팔꿈치를 수술한 뒤 재활의 아픔과 시련을 극복하고 1년 여 만에 지난달 8일 삼성전에 등판했다. 이어 5일 뒤에는 기아전에 9회 5-5 동점에서 등판해 1이닝을 깔끔하게 처리했다. 그날 류택현은 투수통산 최다출장기록(814경기)을 경신했다.
도전과 열정의 투쟁심이 없었더라면 아마 불가능했을 것이다.
팔꿈치 부상은 투수들의 직업병이다. 투수 부상의 80% 가량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현역 최고 투수인 오승환과 류현진, 지금은 지도자로 변신한 문동환 등은 고교와 대학 시절에 이미 수술 경험이 있었다. 임창용, 한기주, 배영수 등도 팔꿈치 힘줄의 재건 수술을 했다.
특히 한화 2군 코치 문동환은 일본과 국내에서 두 차례 수술을 했으나 결과가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하지만 정형외과 전문의 김진섭 박사의 수술로 재활에 성공, 4년 연속 10승 이상을 기록하며 7년간 행복한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다. LG 봉중근도 미국에서 수술하고 1년 여 만에 등판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의 성적을 낼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김진섭 박사는 투수의 팔꿈치 재활 전문의로서 단연 독보적인 존재다. 그는 미국 유학 시절 스포츠 재활의 세계 최고 권위자인 조브 박사와 그의 수제자인 존스 홉킨스 대학병원의 멕팔랜 박사 등과 한 팀을 이뤘다. 그들과 함께하며 익힌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1996년 한림대 교수 시절부터 약 700회 이상 팔꿈치 수술을 했다.
최근 들어 투수들의 생명줄과 같은 팔꿈치 수술은 성공률이 높고 수술 병력 또한 흔적에 불과할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그 만큼 국내 의료진의 수술 기법이 발전했고, 우수한 트레이너가 확보돼 있기 때문이다.
사실 선수들의 부상은 초기에 발견하면 수술 없이도 회복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치열한 경쟁과 눈 앞의 성적에 연연하는 지도자 탓에 선수들이 병원을 늦게 찾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수술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미국 중고교의 야구 경기 비디오 분석에 따르면 60% 이상의 투수들이 더 어려운 공을 결정구로 선택하고 있다. 결국 좋은 공을 던지고 싶은 투수의 욕망에 비해 신체적 기능이 따라주지 못하기에 부상이 예전보다 증가하는 것이다. 특히 우수 투수들의 경우 경기 출전과 투구수가 늘어나는 것이 부상의 주원인이다.
최근 들어 수술과 재활의 기법까지 향상되는 등 선수 보호 시스템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재활 기간도 크게 단축됐음은 물론이다. 이에 따라 메이저리그 선수들도 수술에 적극적이다.
트레이너들도 재활의학 전문의 못지 않은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에도 프로야구와 아마야구에서 활동하며 스포츠 발전에 지대한 공을 세운 트레이너들이 많다.
1세대로는 두산 강흠덕 퓨처스 트레이닝 코치, LG 김용일 트레이닝 코치 등이 대표적이다. 2세대로는 현재 독립해 각자 사업을 하고 있는 전 LG트레이너 한경진 박사(헤렌 스포츠)와 권태윤(R&C재활 센터) 트레이너를 꼽을 수 있다. 이 밖에 아마추어 선수들을 잘 돌보고 있는 김병곤(스포사 재활 센터) 트레이너도 큰 칭찬을 받고 있다.
이 자리를 빌어 선수들의 재활에 수고를 아끼지 않는 트레이너들에게 아낌없는 감사와 격려, 그리고 박수를 보낸다.
한국일보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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