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부의 트위터 계정 글을 풍자하기 위해 리트윗해 퍼뜨린 대학생이 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같은 이유로 올해 초 기소된 사진가 박정근(23)씨의 재판도 진행 중이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옥죄는 국보법 남용 논란이 일고 있다.
진보신당,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24개 진보 성향 단체로 구성된 '박정근 석방과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진보신당 당원인 권용석(20)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북한의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운영하는 '우리민족끼리' 계정 글을 리트윗하는 등 북한을 찬양·고무해 국보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26일 자택 압수수색, 27일 경찰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국민대 휴학생으로 청소년 인권운동 단체 아수나로, 사회당, 진보신당 등 진보 성향 단체에서 활동해 온 권씨는 자신의 트위터와 블로그 등에 풍자 목적으로 북한 관련 글과 동영상을 올려 왔다. 권씨는 "북한 정권에 반대하는 단체에서 활동해 왔고 북한 트위터 계정, 홈페이지 글, 뉴스 등도 조롱하는 뜻으로 인용한 것이지만 경찰은 조사에서 인용 사실만 문제 삼을 뿐 그 목적은 의도적으로 무시했다"고 말했다.
권씨는 이달 초에도 자신의 블로그에 "북한은 노동계급의 성과가 아닌 관료통치배들이 지배하는 국가자본주의 독재국가일 뿐"이라는 비판 글을 올렸다.
권씨 사건은 북한 기관 계정 글을 133회 리트윗한 혐의로 구속됐다 보석으로 풀려난 뒤 재판을 받고 있는 박정근씨 사건과 거의 유사하다. 박씨 역시 권씨처럼 북한에 비판적인 입장에서 북한 체제를 풍자하는 글을 올렸는데도 구속 기소됐다.
박정근 공대위 관계자는 "박씨 구속 이후 국제사회의 우려와 비판이 쏟아졌는데도 경찰은 맥락을 무시한 채 비민주적인 국보법 남용을 멈추지 않고 있다"며 "두 사람에 대한 부당한 탄압 중단과 국보법 폐지를 위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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