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광청(陳光誠) 변호사의 탈출기는 기적이나 다름없다. 앞을 거의 보지 못하는 그는 중국 당국의 삼엄한 포위망을 뚫고 자유를 찾아 480㎞를 내달렸다. AFP통신은 29일 "시각장애인 인권운동가의 담대한 탈출이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천 변호사는 22일 밤 산둥성 린이(臨沂)시 이난(沂南)현 동스구(東師古)촌의 자택을 조용히 빠져나왔다. 중국 공안은 그를 감시하기 위해 집 주변을 콘크리트벽으로 에워싼 다음 외부와의 접촉을 일절 차단했다. 그러나 천은 높은 담을 뛰어넘어 20시간을 홀로 도주한 끝에 여성 인권운동가 허페이룽(何培蓉)과 접선에 성공했고, 허의 차를 타고 베이징에 무사히 당도했다.
천은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워 감시자들의 의심을 피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그는 걷지도 못할 정도로 쇠약해진 것처럼 보이고, 최근 몇 달 동안은 아예 침대에 누워 지내며 사라져도 금방 발각이 안되게 했다. 탈출 전날에는 조력자들과 휴대폰으로 이동 경로를 최종 점검했다. 그의 아내는 집에 남아 완벽한 탈출을 도왔다. 당국은 천이 베이징 주재 미국대사관으로 피신한 26일에야 탈출을 눈치챌 수 있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천의 탈출을 도운 인권운동가 3명은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dpa통신은 "천의 탈출 소식을 언론에 전한 후자(胡家)가 공안에 끌려가 심문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허페이룽과 천에게 은신처를 제공한 궈위산(郭玉閃 )도 27일 이후 연락이 끊긴 상태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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