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이모작'을 넘어 삼모작까지 준비해야 하는 초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었다.
서울시 통상산업진흥원(SBA)이 지난해 8월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부지에 문을 연 장년창업센터에는 나이의 한계를 딛고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는 장년 예비창업자 231명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서울장년창업센터는 면접과 심사를 거쳐 2기 시니어 창업스쿨 프로그램 참가자로 최종 선발된 이들에게 사무실 제공은 물론 관련 산업에 대한 맞춤 상담과 특허ㆍ법률 등 분야별 전문가 코치 제도, 홍보ㆍ마케팅 진단 등의 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도움을 통해 지난해 8월 센터 개장과 동시에 모집한 1기 시니어 창업스쿨 참가자 250명 중 35%가 창업에 성공해 총 9억2,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성과를 올렸다.
1기 시니어 창업스쿨을 거쳐 창업에 성공한 김종균(55) 전 가을코리아 대표는 이중에서도'인생역전'에 성공한 모범 사례로 꼽힌다. 2003년 악천후나 밤에도 밝게 보이는 조명도로표지판을 발명, 특허를 취득한 가을코리아는 창업 첫 해에 지식경제부 NET 신기술 인증과 조달청 우수제품 인증, 중소기업청 기술혁신사업 성공판정 등을 받았다
그러나 창업 7년째인 2010년 2월 회사는 부도 위기를 맞았다. 기존 인맥 위주로 하청을 주던 관행에서 발생한 각종 문제점과 제품의 기술적 한계 때문이었다. 김 대표는 당시 투자금 18억원을 모두 날리고 회사도 청산절차를 밟아야 했지만, 좌절 대신 희망을 선택했다. 그는 이후 아파트 경비원으로 취직해 틈틈이 관련 기술을 연구했다. "경비원 일을 하다 지급받은 LED 손전등에서 조명표지판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었고 결국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게 됐다"고 그는 말했다. 이 기술로 지난해 7월 '백라이트 구조에 관한 특허'를 받은 그는 신기술 조명 표지판의 양산 시스템을 갖춘 회사 창립을 현재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처럼 서울 장년일자리센터 시니어 창업스쿨 1기생으로 참가해 창업에 성공한 이들 중에는 전문 어린이 만화'코돌이박사'로 유명한 원로 만화가 최홍재(71)씨와 블로그 강사로 맹활약 중인 허정자(69)씨도 있다.
18년간 소년한국일보에 과학만화 '코돌이박사'를 연재한 최 작가는 지난해 6월 만화로 읽는 뉴스 사이트(www.newscartoon.kr)와 코돌이 학습만화 사이트(www.newscomic.kr)을 운영하는 회사의 대표로 변신했다. 최 대표는"만화가로서의 경험을 활용해 젊은이들과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만화신문과 학습만화를 만들게 됐다"며 "디지털 시대에서 소외 받고 있는 원로 작가들과 함께 만화로 세상사와 지식을 쉽게 습득할 수 있는 만화신문을 향후 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장년창업센터의 교육을 받고 컴맹 할머니에서 블로그 강사로 변신한 허정자씨는 요즘 양재노인복지관에서 '어르신 온라인 심화교육'을 직접 진행하고 있다. 30여 전 아들이 초등학생 때 구입한 8비트 컴퓨터로 게임을 해본 것이 전부였던 허씨는 60세를 훌쩍 넘긴 나이에 용기를 내 여고동창과 후배들로부터 컴퓨터를 배우며 컴맹탈출에 도전했다. 컴퓨터 자판과 마우스 조차 제대로 쓸 줄 몰랐던 그는 여기서 배운 컴퓨터 기초 실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1기 시니어 창업스쿨에 참여했다. 6개월간의 심화 과정을 통해 컴퓨터 강사로서의 소양을 쌓은 그는 현재 장년창업센터에서 후배 2기생들을 대상으로 컴퓨터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예전 같으면 뒷방 늙은이 취급을 받을 나이지만 요즘은 인생을 3막으로 보고 살아간다"며 "누구든 도전한다면 정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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