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의 권력 남용과 부정이 연일 폭로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지방 정부의 한 고위 간부가 스물한살짜리 딸을 인구가 35만여명이나 되는 구(區)의 부국장에 임명한 사실이 드러났다.
중국 인터넷 매체 화성(華聲)과 왕이(網易) 등은 후난(湖南)성 샹탄(湘潭)시 웨탕(岳塘)구가 18일 임명한 21세 여성 부국장 왕치안(王茜)의 아버지가 왕다우(王達武) 후난성 발전개혁위원회 판공실 주임(장관급)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후난성 발전개혁위원회는 경제정책과 사회발전 정책 등에 대한 거시적 조정과 최종 결정 등을 담당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중국 공무원의 관직 대물림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1991년 10월 생인 왕치안은 2008년 고교를 졸업하고 영국으로 유학 가 2010년 9월 졸업장을 받은 뒤 같은 해 10월 후난성 샤오양(邵阳)시 묘족 자치구 발전개혁국의 공무원이 됐다. 그런 그가 공무원 경력 1년 6개월 만에 샹탄시 웨탕구의 부국장에 임명되는 초고속 승진을 한 사실이 인터넷을 통해 전해지자 샹탄시는 뒤늦게 조사에 착수했고, 최근 왕치안의 아버지가 왕다우 발개위 주임이며 그가 채용될 때 공무원 고용 규정을 어긴 점이 확인됐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이번 사건은 중국 지방 공무원의 관직 대물림과 교묘한 특채가 얼마나 심각한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실례이다.
샹탄시는 결국 최근 왕치안의 임명을 취소하고 왕다우에 대해서도 면직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인터넷에서는 관얼다이(官二代ㆍ고위 관료의 자녀를 일컫는 말)의 횡포에 대한 비판 등 세태를 개탄하는 댓글이 10만건을 넘어서고 있다.
샨시(山西)성 원수이(文水)현에서도 왕후이(王輝)라는 여성 사업가가 스무살 때 공무원 명부에 이름만 올린 뒤 부(副)현장으로 승진하기까지 무려 15년간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봉급을 받아온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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