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휴대폰 없는 사람이 있습니까. 시장이 포화상태란 얘기예요. 그런데도 투자비는 계속 늘어나고 요금은 떨어지고 있으니…"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현 시장상황을 주저 없이 '벼랑끝'에 비유했다. 가장 트렌디하고 가장 화려해 보이지만 실상은 외화내빈이라는 것, 그리고 지금 상태로 가다가는 더 이상 수익을 내지 못하는 성장정체산업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위기의 늪에 빠진 이동통신산업의 현주소와 시장전망을 2회에 걸쳐 짚어본다.
1분기 '어닝시즌(실적발표)'을 코앞에 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표정은 잿빛에 가깝다. 순이익과 영업이익 모두 '급락'이 확실시되는 상황.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3,086억원, KT 3,212억원, LG유플러스 51억원의 순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전년동기대비 각각 43.1%, 41.6%, 91.1%씩 급감한 것. 사실상 작년의 '반토막'수준이다.
영업이익도 SK텔레콤 4,682억원, KT 4,902억원, LG유플러스 650억원으로 추산되는데 이 또한 전년동기대비로는 23.8%, 32.5%, 27.7%씩 줄어든 수치다.
TV를 켜면 톱스타가 모델로 나오는 이동통신광고가 넘쳐나고, 길거리를 다녀도 이동통신 대리점이 넘쳐난다. 겉만 봐선 이보다 호황업종은 없을 듯 싶은데, 실상은 전혀 반대인 것이다.
이동통신 3사의 실적이 급격히 쪼그라드는 이유는 명확하다. 돈 버는 것(수입)은 제자리 걸음인데, 돈 쓸 곳(지출)은 계속 늘어나기 때문이다.
우선 시장포화로 신규가입자가 별로 없다. 이동통신 3사의 가입자수는 2010년 8.3% 늘었지만 작년에는 3.4% 증가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인구가 급증하지 않는 한 시장규모가 더 커지기는 어렵다. 물리적 확장은 이제 끝난 셈"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평균매출은 감소세다. 가입자가 늘지 않는 만큼 가입자들이 내는 돈이라도 늘어나냐 하는데 현실은 오히려 반대다. 가장 핵심적 지표인 가입자당 월평균매출(ARPU)은 ▦SK텔레콤이 2010년 3만4,491원에서 2011년에는 3만3,175원으로 ▦KT는 3만1,490원에서 2만9,715원으로 ▦LG유플러스는 2만6,796원에서 2만5,641원으로 줄었다.
이동통신사들은 가입자당 내는 통신료가 줄어드는 이유로 두 가지를 꼽고 있다. 하나는 요금 인하. 작년 9월 기본요금 1,000원 인하로 인해 3사의 2011년 이동통신 서비스 총매출은 전년대비 2,600억원 감소했는데, 1984년 국내에서 이동통신 서비스가 개시된 이후 매출이 줄어든 건 28년 만에 처음이다.
두 번째 이유는 공짜서비스의 증가. 특히 카카오톡 라인 같은 무료 모바일메시징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전화나 문자메시지는 격감하고 있고, 이는 고스란히 이동통신사들의 매출감소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수입은 제자리 혹은 뒷걸음질치는데 투자지출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이다. 스마트폰 시대개막으로 이동통신사간 서비스경쟁이 치열해지고, 최근엔 4세대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까지 시작되면서 투자부담은 더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피처폰 시대엔 전화만 썼지만 이젠 스마트폰 대중화로 데이터 이용량(트래픽) 폭증하고 있다. 이 수요를 맞추려면 통신사의 투자비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는 지금의 구조가 앞으로 더 악화되면 악화됐지, 쉽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연말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요금인하공세가 재연될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김홍식 NH농협증권 연구원은 "LTE 경쟁 본격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 상승과 연말 대선 등 대내외적인 환경을 고려할 때 올해 이동통신업체들의 실적 향상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