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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사관으로 간 천광청… 中 지도부 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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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사관으로 간 천광청… 中 지도부 곤혹

입력
2012.04.29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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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된 가택에서 탈출한 뒤 주중 미국 대사관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의 시각장애 인권변호사 천광청(陳光誠이 법치의 실현을 외치고 나서, 중국 지도부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최근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 사건으로 법에 의한 지배를 강조해 온 중앙 정부로선 천 변호사의 요구를 묵살할 경우 전세계적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그렇다고 그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유사 사례가 속출, 체제 안정이 위협받을 수 있다. 더욱이 천 변호사가 사실상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와의 면담을 요구하고 저우융캉(周永康) 중앙정법위 서기의 책임을 겨냥해 정파간 이해도 엇갈리고 있다. 천 변호사 파문이 자칫 제2의 왕리쥔(王立軍) 사건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홍콩의 선데이모닝포스트(SMP)는 29일 중국의 인권운동가 후자(胡佳)가 "천 변호사가 지난주 베이징(北京)에 왔고, 현재 (미국) 대사관에 체류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미 텍사스의 인권단체 차이나에이드의 소식통을 인용해 "천 변호사가 현재 미국의 보호 아래 있으며 천 변호사의 지위에 대한 미중 고위급 대화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2010년 9월부터 가택에 연금된 천 변호사는 22일 산둥(山東)성 린이(臨沂)현의 자택을 탈출한 뒤 정확한 소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는 탈출 직후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에서 자신과 가족을 폭행한 지방관리의 실명을 거론하며 지방 정법위 간부의 처벌과 가족의 안전 보장 등을 원 총리에게 요구했다. 천 변호사는 "지방 정법위 간부가 '우린 법을 상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며 "이들이 법과 기율을 지키지 않고 있는데 중앙 정부가 시킨 것이냐"고 꼬집었다. 이를 두고 저우 서기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현재 유럽을 순방중인 원 총리는 27일(현지시간) 나치가 유대인을 학살한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찾아 "이곳의 비극적 역사는 전쟁, 테러, 집단학살 등을 경고하고 자유, 존엄, 안전, 행복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을 격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 총리는 평소 민주주의와 법에 의한 지배 등 보편적 가치의 중요성을 역설해 왔다. 중국 정부가 이번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중국 인권 정책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천 변호사 파문으로 미중 양국 사이에도 긴장감이 감지되고 있다. 양국은 특히 다음달 3, 4일 베이징에서 제4차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열기로 한 민감한 시점에 천 변호사 사건이 불거져 당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이번 대화에는 미국에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중국에서 왕치산(王岐山) 부총리와 다이빙궈(戴秉國) 국무위원 등이 참석한다.

천 변호사 사건이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는 양국이 결국 타협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미 정부가 천 변호사의 신변 안전을 조건으로 중앙 정부와의 만남을 주선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왕리쥔 전 충칭시 공안국장이 2월 6일 청두(成都)의 미 영사관에서 망명을 요청했을 당시 미 외교관들이 왕 전 국장과 중앙 정부 관리의 만남을 중재, 왕 전 국장이 보 전 서기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막았던 선례를 따를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는 28일(현지시간) 사설에서 "만약 천 변호사가 보호를 요청한다면 미국 정부는 어떠한 대가를 무릅쓰더라도 반드시 수락해야 하며 그를 중국 당국에 넘겨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천 변호사 파문이 중국뿐 아니라 미국도 시험대에 오르게 한 셈이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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