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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어떤 '선의(善意)'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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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어떤 '선의(善意)'들

입력
2012.04.29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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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뜻 받아들이기 불편한 소신과 주장에 자주 맞닥뜨린다. 불편 정도를 넘어 상식적으로 이건 아니다 싶은 것들도 적지 않다. 돌고래쇼는 동물학대이니 서울대공원의 '제돌이'는 물론, 모든 돌고래쇼를 아예 폐지하고 출연 돌고래들을 바다에 방생하라는 데까지 나아간 주장도 대략 난감했다. 동물을 사랑하자는 '선의'야 알겠지만, 인간의 필요에 따라 동물을 이용하는 것 정도를 학대라면 소에게 쟁기질을 시키거나 고기로 먹는 건 어쩌란 말인가.

■ '선의'에 대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과 장만채 전남교육감의 주장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곽 교육감은 "사전 합의가 없었는데, 어떻게 사퇴 후에 돈을 준 게 후보 사퇴 대가냐"는 형식논리를 내세우며, 박명기 교수에게 준 돈은 '순수한 선의'였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저간의 사정을 살필 때 2억원이나 되는 돈을 '선의의 부조'로 보기 어렵다고 본 법원의 유죄판결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은 교언(巧言)을 배척한 확고한 상식에 입각했기 때문이다.

■ 장 교육감은 고교동창인 의사 2명으로부터 신용카드를 받아 모두 6,000만원을 썼고, 그 대가로 교사인 친구의 부인에 전근 편의 등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그 역시 신용카드 제공을 '순수한 선의'라고 주장하며 검찰 수사를 '정치적 타살'로 몰아붙였다. 기소의 옳고 그름은 재판에서 가려질 것이다. 하지만 상식적으론 일단 6,000만원이 고교동창 사이의 선의만으로 오갔다는 주장이 오히려 기괴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 일부 동물보호론자들과 두 교육감의 주장에서 통념과 상식을 거부하는 완강한 소신이 느껴진다. 상식을 넘는 소신은 가끔 뜻밖의 발전을 이루기도 하지만, 9ㆍ11 테러나 최근 77명의 학생 등을 학살한 노르웨이의 극우 테러범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 같은 광신적 비극을 초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영국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1561~1626)은 진리를 가리는 개인적 편견과 아집을 가리켜 '동굴의 우상(偶像)'이라고 했다. 기괴한 소신을 고집하기에 앞서 겸허하게 상식을 반추하는 건강한 균형감각이 아쉽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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