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일 "문화가 전통시장을 살려 내지요"
"전통시장 살리기에 나선 이유요? 시장이 제 고향인데 당연한 것 아닌가요."
전통시장 전문 문화 기획컨설팅회사 (주)시장과사람들의 김승일(36) 대표는 수원 못골시장 토박이다. 경기 수원시 팔달구 지동에 위치한 이 시장 바로 옆에서 태어나 '사철탕'집 주인인 어머니를 따라 2,700m²시장 골목을 누비며 자랐다. 일제 시대 주택가 골목에 보따리 장수가 찾아오면서 자그마한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이곳에 증조할아버지, 할아버지의 국수공장이 있었고 김 대표 자신도 2003년 청주대 통계학과를 졸업한 후 2005년부터 지난 2월까지 7년간 야채가게, 분식집, 찐빵·만두가게를 차례로 운영했다. 4대째 못골시장에 정착한 터줏대감 집안인 셈이다.
그 덕분에 못골시장에는 김 대표의 '어머니'만도 90여명이다. 50대 이상 여성 상인들은 어려서부터 봐온 김 대표를 아들처럼 여긴다. 그래서 김 대표가 운영하던 가게 이름도 '아들네 찐빵·만두'였다. 그도 상인들의 아이들이 남 같지 않다.
"시장이 저를 길러준 것처럼 제 또래 상인들도 아이들을 함께 기르는 거죠. '우리 아이들 어디 갔냐'고 물어보면 이 집 저 집에서 '저기 있다'고 알려주기 때문에 아이들 잃어버릴 염려도 없어요."
연원을 따지고 들면 근 100년까지 올라가는 이 골목시장은 1970년대 인근에 역이 들어서면서 '화성역 시장'이라 불리다 2005년 정식으로 '못골시장'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이러한 시장의 역사와 여기에 얽힌 소박한 삶의 풍경이 김 대표의 기억 곳곳에 배어 있다.
"삼성전자 공장이 수원에 있었던 70~80년대에는 월급날마다 시장 앞에 통근버스가 10대씩 늘어섰어요. 그들을 상대로 통닭집이 얼마나 성황이었는지 세 집에 한 집꼴이었다니까요."
김 대표는 "당시 시장을 돌아다니면 닭만큼은 원 없이 얻어먹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가 2006년부터 최근까지 못골시장 상인회 총무로 시장 일에 발 벗고 나섰던 것도 어린 시절 경험한 시장의 활기를 다시 불어넣고 싶어서다. 못골시장이 문화체육관광부의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인 '문전성시' 사업의 첫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그 꿈은 현실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김 대표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이 사업 기간 동안 못골시장의 문화 기획을 맡은 (주)지역활성화센터와 함께 시장 내 라디오방송 '못골온에어', 여성 상인으로 구성된 '줌마불평합창단', 식료품 상인들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요리를 가르치는 '못골요리교실' 등의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운영해 못골시장을 전국적으로 유명한 시장으로 만들었다.
문전성시 사업이 끝난 후에는 상인회 운영위원들과 함께 이들 프로그램을 지속시키고 시장 내 공동배송시스템인 '못골두레', 팔달구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직배송 쇼핑몰 '아름다운밥상' 등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시작하기 위한 비영리단체 '못골문화사랑'을 조직하기도 했다.
"문화가 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어요. 동아리 활동을 하고 주민들과 즐겁게 만나면서 손님에 대한 상인들의 인식과 장사 태도가 달라졌어요. 그러자 손님들도 '시장 상인들이 친절하고 긍정적이어서 자꾸 오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고요."
2008년 하루 1만301명이었던 방문객은 3년 만에 1만3,392명으로 30%나 늘었다. 90개 안팎의 점포에 하루 150명의 손님이 들르는 셈이다. 수원시민뿐 아니라 용인 안산 평택 등 전통시장이 없는 인근 도시 주민들까지 못골시장을 찾았다.
김 대표는 "제2, 제3의 못골시장을 만들고 싶다"는 고민 끝에 아예 전업을 하기로 했다. 지난 2월 운영하던 '아들네 찐빵·만두'를 농구 심판을 하다 은퇴한 아버지와 아내에게 맡기고 자신은 전통시장 문화 기획컨설팅회사를 차렸다. "못골시장의 아들로서 시장에 대한 애정과 문화 기획 노하우를 전파하겠다"는 각오로 시작한 일이었다.
첫 작업은 서울 마포구 용강동, 도화동 일대 골목 상권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이곳 상인들이 만든 비영리법인인 (사)마포나루상권활성화법인에서 동아리 프로그램 큐레이터를 맡았다. 2월부터 5월까지 상인과 주민이 어울릴 수 있는 댄스스포츠 동아리, 노래 교실, 풍물패, 친환경 비누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고 있다.
그는 "언젠간 자신의 학창 시절이 담겨 있는 못골시장 근처 로데오시장도 살려내고 싶다"고 했다. 옷 가게, 음식점 등이 많아서 젊은 층의 유동 인구가 많았던 이곳은 현재 상점 중 30% 정도가 비어 있을 정도로 공동화됐다. 김 대표는 "중ㆍ고교 시절 1분 동안에 아는 사람만 100명을 만날 정도로 북적거렸?곳이 횅댕그렁해진 것을 보며 늘 씁쓸했다"고 말했다.
"전통시장을 살리는 게 상인들만 잘 살게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시장과 골목, 동네를 모두 살리는 길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20대 이하 세대에게 전통시장에 대한 좋은 경험이 없습니다. 시장에 대한 어린 시절의 기억이 어른이 되어서도 시장을 찾게 하는 동력인데 말이죠." 그가 요즘 전통시장과 청소년을 접목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민하는 이유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 통인시장 발상의 대전환 '신바람 봄날'
상인들의 사연이 책으로 나오고, 가게마다 특색 있는 조형물이 세워졌다. 시장에서 사진, 한글 강의가 열리고 상인들이 가게에 필요한 소품을 직접 만드는 공방이 마련됐다. 손님들이 시장을 돌아다니며 도시락에 반찬을 채워 먹는 '시장 뷔페' 형식의 '도시락 카페'는 점심시간마다 성황이다. 지난해 4월부터 1년간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에서 일어난 변화다.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전통시장을 활성화하는'서울형문화시장조성사업' 결과'문화시장'으로 거듭난 통인시장에는 봄바람 같은 활기가 돌고 있다. 사업을 진행한 문화기획사 aec비빗펌이 최근 전체 상인의 3분의2인 6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대부분이 '지난 1년간 시장이 이미지가 좋아지고 유명해졌다'고 호평했다. 방문객 8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통인시장을 재방문 하겠다는 응답자 중 '문화행사 참여'와 '관광'목적이라는 대답 비율이 45%로 '장을 보기 위해'라는 대답 36%보다 더 높을 정도로 시장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
어떻게 이런 변화가 가능했을까. aec비빗펌의 윤현옥 대표는 "문화가 단순한 환경미화에 그치지 않고 상인들에게 스스로 시장을 가꿀 수 있는 힘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상인들의 마음을 모으는 것이 관건이었다. 윤 대표는 시장의 상품과 소식을 전하는 시장신문 '통인시장통신'을 월1회 발간하면서 상인들을 일일이 만나러 다녔다. 가게마다 대표 상품을 고르고 상인에게 직접 소개 글을 쓰도록 해 신문에 실었다. '반찬하우스'의 총각무김치에는 "금일도 친정에서 재배한 고춧가루에 장가든 총각무김치", 40년 된 '효자해물집'의 깐 바지락 조개에는 "40년 청춘을 바친 바지락" 등의 생생한 소개 글은 손님들 사이에서 금세 유명해졌다.
지난해 7월 열린 '시장조각설치대회'의 호응도 컸다. 미술을 전공하는 고등학생·대학생 등이 가게마다의 특색을 살려 조형물을 만들었다. 서예가 취미인 주인이 운영하는 '옥인정육점' 앞에 붓글씨 소개판을 세우거나 시장 지하에 있는 생선가게 '효자지하생선'에 긴 미역 모양 조형물을 주렁주렁 달아 '용궁'처럼 꾸며 손님들을 끌었다.
시장은 학교가 되기도 했다. 브랜드 전문가가 상인들을 대상으로 '스토리텔링으로 단골 만들기' 강의를 했고 시장 내 설치된 '내맘대로공방'에서는 상인들이 가게의 매대 등 필요한 소품을 직접 만들 수 있도록 목공 기술을 가르치는 워크숍을 열었다.
시장의 활기는 1월 자체적 수익 모델인 마을기업 도시락카페 설립으로 이어졌다. 손님들이 빈 도시락과 쿠폰을 사서 반찬가게, 분식집, 떡집 등을 돌아다니며 도시락을 채운 후 시장 내 카페에서 먹는 형식의 이 사업은 최근 매일 점심시간마다 20여석의 카페 공간이 발 디딜 틈 없이 꽉 찬다.
윤 대표는 "지원 사업이 끝난 후에는 상인들 스스로 시장 활성화 방안을 찾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통인시장의 변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상인들이 주민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 통인시장이 동네의 광장 같은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 전통시장의 멋과 맛에 빠진 사람들
세 명의 전통시장 마니아가 시장에 대한 애정을 털어놓았다. 단골 손님, 이야기 꽃, 다양한 먹을 거리, 그리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추억까지 이들이 전통시장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들어봤다.
한국 전통시장 마니아, 일본인 이케다 교유코씨
"한국 시장에 가면 우선 인사부터 하고 물건 값이나 상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야 하니 상인과 손님은 친해질 수밖에 없죠. 그런 문화 때문에 한국 생활이 크게 외롭지 않았어요."
용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며 7년간 한국에서 거주하다 최근 귀국한 일본 작가 이케다 쿄우코(32)씨는 한국 전통시장'마니아'다. 배낭여행을 하며 포항 죽도시장, 경주 중앙시장, 여수 교동시장 등 약 10여 개의 전통시장을 찾아 다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시장은 서울 통인시장이다. 그는 시장 소식지인 '통인통신'의 기자로 활동하며 통인시장의 매력에 푹 빠졌다.
"일본의 한국 여행 가이드 책에는 거리 음식을 사 먹는 것이 즐거움이고 멋이라고 소개되어 있어요. 향과 맛이 다른 통인시장 음식을 맛보며 그걸 실감했죠."
수산물이 전부인 일본의 전통시장과 달리 한국의 전통시장에는 생선, 고기, 과일, 야채 등 모든 것이 있어 볼 거리가 많은 것도 이케다씨에게는 흥미로웠다.
"시장을 보면 그 나라의 개성을 느낄 수 있잖아요. 제가 다시 한국에 갔을 때 시장이 없어졌다면 한국적인 매력이 덜할 것 같아요."
전통시장과 동고동락, 시각예술가 최형욱씨
"시장은 소통의 공간이에요. 특히 지방의 전통시장은 사람들이 한 데 모여 격 없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었어요."
시각예술가 최형욱(30)씨는 지난해 한 해 동안 경북 봉화군 봉화시장에서 살며 상인들을 대상으로 공연, 전시 등을 했다. 그 동안 봉화시장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기회를 가졌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봉화시장은 보부상들이 태백 산맥 너머에 동해안의 수산물과 내륙의 물건을 집결시키는 곳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이농현상과 대형마트의 등장 때문에 130여 점포가 있는 소규모 재래시장으로 쇠락했어요."
2, 7로 끝나는 날마다 주변 주민들이 모이는 시장의 풍경을 보며 최씨는 "시장이 대형마트와 달리 단지 물건을 사고파는 곳만은 아님을 깨달았다"고 했다.
"5일장마다 시골 어르신들이 모여 이야기 꽃을 피워요. 밭에서 기른 나물이 아니라 서로의 소식을 듣기 위해 나오신 거에요. 그게 진짜 시장의 문화죠."
전통시장으로 여행을, 블로거 강경원씨
"과거엔 여행이라는 게 볼거리 찾기였어요. 지금은 '맛거리'죠. 전통시장이야말로 맛거리의 창고라고 생각해요."
여행 블로거 모임인 '여행블로거기자단' 단장인 강경원(49)씨는 10여 년 간 100여 군데의 전통시장을 누빈 시장 여행 전문가다.
"한국에는 경제 발전 후 전통시장을 부끄러워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 같아요. 가난하고 뒤처진 풍경이라고 생각했겠죠. 하지만 태국의 야시장처럼 전통시장을 대표적 관광지로 만든 국가도 많아요."
전통시장의 먹을거리를 유난히 사랑하는 그가 꼽는 최고의 시장은 경남 하동의 화개장터. 지난해 가을 맛본 잔치국수를 잊지 못한다.
"쌀쌀한 날씨에 간판도 없는 허름한 국수집에 들어가보니 면도, 지단도 준비가 안 돼 있었어요. 제가 가자 그제서야 면을 삶고 계란으로 지단을 만드는데 그 향을 맡고 있자니 어릴 적 할머니, 어머니가 해주시던 음식이 떠올라 몸이 다 녹더라고요."
강씨는 "이런 전통시장의 먹을거리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지자체에서도 전통시장의 외형만 현대화할 것이 아니라 각 시장마다 특별한 먹을거리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 바꿔! 바꿔! 情·에누리 빼고 마트찾던 엄마들 '반가운 U턴'
서울에 사는 직장인 신민지(31)씨는 지난해 가을 춘천 여행 중 중앙시장에 들렀다가 전통시장의 매력에 푹 빠졌다. 춘천의 대표적 시장인 이곳은 2010년부터 '낭만시장'으로 이름을 바꿔 달고 '골목갤러리', 추억의 물건 박물관 '낭만상회', 공연 무대'낭만극장' 등을 운영 중이다. 신씨는 "미술 작품 등 볼 거리가 시장 특유의 소탈한 분위기와 어울리니 새로웠다. 그 이후 여행을 가면 꼭 그곳의 전통시장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전통시장에서 물건값 흥정만 하던 시대는 갔다. 전통시장들이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는 장소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전시장과 극장을 갖춘 시장, 길거리 공연과 문화 강좌가 열리는 시장이 손님을 부르고 있다. 시장 야간개장, 가이드 투어 프로그램까지 생겼다.
이런 변화는 전통시장이 놓인 위기 상황의 방증이다. 골목과 동네까지 잠식한 대형 유통업체의 기세에 밀린 시장의 궁여지책들이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이하 '문전성시'), 중소기업청의 '문화관광형 시장 육성사업' 등을 통해 수년간 탈바꿈하고 있는 전국 20여개 시장의 풍경에서는 사람들의 어울림을 주선한 시장의 옛 명성이 회복되는 징조도 보인다.
전통시장, 문화로 활력을 되찾다
"경쟁에서 밀려나고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전통시장과 농촌은 닮은 꼴이었지요. 공동체와 활력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었어요."(수원 못골시장을 기획한 오형은 지역활성화센터 대표)
수원 못골시장은 문화 기획자들이 전통시장에 맞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시장을 활성화한 사업인 문전성시의 첫 대상이자 첫 성공 사례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사업 기간 동안 상인 DJ들이 진행하는 시장 내 라디오방송, 여성 상인 합창단, 상인 밴드 등이 유명세를 탔다. 사업 당시 상인회 총무였던 김승일 (주)시장과사람들 대표는 "반신반의하던 상인들이 나중에는 자발적으로 나섰다"고 말했다. 사업이 끝난 후에는 상인들 스스로 '못골문화사랑'이라는 문화 기획 단체를 만들기도 했다.
이후 전국 각지 전통시장에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이 도입됐다. 서울 수유시장에는 2010년 말 상인과 지역 주민들을 위한 '수유마을 작은도서관'이 생겼고 청주 가경터미널시장은 구매액 5,000원마다 한 장씩 주는 100원짜리 쿠폰 40장에 만원을 보태 시장 내에서 열리는 풍물, 판소리, 퀼트, 목공예 등 문화강좌를 수강할 수 있도록 해 주변 아파트 단지 주부들의 호응을 얻었다. 춘천 중앙시장은 '야간개장'으로 히트를 쳤다. 밤11시까지 시장을 열고 야식 포장마차, 마술쇼 등 공연, 벼룩시장, 타로카드점 부스 등을 마련하는 행사를 지난해 가을에 이어 3월 말부터 하고 있다.
대구 방천시장과 부산 부전시장은'스토리텔링'을 입힌 사례다. 가수 고 김광석씨의 생가 근처인 방천시장은 2010년 김씨와 관련한 벽화를 그린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을 조성해 유명해졌다. 부산 부전시장은 "실크로드를 여행하던 낙타가 실수로 부산에 왔다가 부전시장에 푹 빠져 돌아가는 길을 잊었다"는 가상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날라리 낙타'라는 시장 캐릭터를 만들었다. 이 캐릭터를 앞세워 시장 공연단, 낙타빵 판매, 골목 투어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지난해 8월에는 골목 투어 프로그램에 일본인 관광객 100여명을 유치했다.
동네 광장과 관광지 사이에서
덕분에 전통시장은 떠들썩해졌지만, 한계도 있다. 문화 프로그램이 시장 지속에 기여하려면 수익 창출로 이어져야 한다. 하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는 나지 않았다. 2010년 말 경희대학교 산학협력단에서 작성한'문전성시 시범사업의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사업 대상 시장 12곳 중 3억~6억원의 정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사업 전후 매출액 변동이 별로 없는 시장이 대구 방천시장 등 5곳이나 됐다. 관심 증가가 당장의 매출 확대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이다.
'전통시장을 관광지로 만들어 놨다'는 비판도 들린다. 수원 못골시장을 기획한 정남식 지역활성화센터 부소장의 말처럼 "관광지로 마케팅 해서 성공할 수 있는 시장은 전국적으로 몇 곳 안 되며 지역 주민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도록 활성화하지 않으면 지속될 수 없다"는 우려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문전성시 사업 종료 후 시장들이 정부 지원 없이 살아남을 수 있느냐도 문제다. 일부 시장들은 자체적 수익 사업을 도입,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수원 못골시장은 지난해 수익을 지역 사회 복지에 투자할 목적으로 오토바이 배송 서비스 '아름다운 밥상'을 시작했고 서울 통인시장은 1월부터 행정안전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도시락 카페'라는 마을기업을 차렸다.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성패는 결국 지역과의 관계에 달려 있다. 이충환(40) 못골시장 상인회장은 "상인 스스로 동네가 잘 되어야 내 가게가 잘 된다는 생각을 갖지 않으면 시장이 살 수 없다"고 말했다. 통인시장을 기획한 윤현옥 aec비빗펌 대표는 "시장이 마을의 공공장소, 광장이 돼야만 대형 마트로 향하던 주민들의 발걸음이 시장으로 돌아선다"며 "'도시락 카페' 역시 그 수익을 시장과 지역 사회에 재투자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마트에 맞서는 전통시장 네트워크
아무리 좋은 사업 모델도 추진할 인력이 없다면 무용지물. 상인 고령화도 시장이 넘어야 할 장애물이다. 상인 중 60대가 60%, 50대가 30%에 이르는 전주 남부시장은 청년들을 상인으로 끌어들이는 '청년장사꾼 만들기 프로젝트'를 2년째 진행하고 있다. 올 3월부터 13명의 19~39세 청년 상인에게 빈 가게를 내준 후 임대비와 리모델링비, 문화마케팅비와 컨설팅을 지원해 디자인잡화점, 한방약차테이크아웃점, 칵테일집 등을 열도록 했다.
문전성시 사업을 주관해 온 김종대 시장과문화컨설팅단 단장은 "시장들이 정보를 교류하고 공동의 일도 계획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런 네트워크는 전통시장이 대형마트 등 거대 자본에 대항할 수 있는 자생력을 기르는 기반"이라고 말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