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택연금을 받던 중국 반체제 인권운동가 첸광청(陳光誠ㆍ41)이 자택을 탈출한 것으로 확인돼 중국 정부가 발칵 뒤집혔다.
27일 AFP통신은 첸과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첸이 22일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산둥(山東)성 린이(臨沂)현 자택을 탈출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첸이 산둥성 밖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지만 정확한 위치를 밝히지 않았다.
첸은 탈출 이후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에서 "나는 안전하지만 (두고 온) 가족이 걱정된다"며 원자바오 총리에게 가족의 안전을 보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자신과 가족을 학대한 지방 관리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이들의 처벌을 원 총리에게 요구했다.
첸이 감시망을 뚫고 탈출한 지 닷새가 지났지만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공안이 대규모 수색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각에서는 공안이 첸의 신병을 확보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AP통신은 탈출을 뒤늦게 알아 챈 지방정부 관리들이 첸의 동생 집으로 찾아가 가족을 무차별 폭행하는 등 분풀이를 했다고 전했다.
싱가포르의 한 언론은 "첸이 26일 밤 베이징(北京) 주재 미 대사관으로 들어가 현재 미국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다"며 미국 망명설을 제기했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중미 관계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앞서 첸의 친구들은 미 의회와 국무부 등에 "미국 정부가 첸의 탈출에 힘을 써 달라"고 요청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중국 정부에 첸의 석방을 요구한 바 있다.
어린 시절 병을 앓아 시력을 잃은 첸은 스물 세 살 때까지 글을 읽지 못했다. 그러나 뒤늦게 학업을 시작해 독학으로 법률 공부를 한 뒤 이웃들에게 법률적 조언을 제공했다. 그가 정부의 탄압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5년. 미 시사주간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지방정부가 한 자녀 정책 준수를 위해 여성 7,000명에게 불법 낙태를 강요했다고 고발했고 그 때문에 가택연금을 받았다.
그는 2006년 정식으로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2010년 9월 석방된 후 다시 가택연금을 받았다. 연금 기간 중에도 첸은 외부와 접촉하며 인권 운동에 대한 관심을 거두지 않았는데 그 때마다 당국은 첸을 구타하고 관련 서류를 압수하는 등 탄압을 계속해 왔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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