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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수입와인의 인터넷 판매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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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수입와인의 인터넷 판매 안 된다

입력
2012.04.2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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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수입와인의 유통구조 개선을 통한 가격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수입와인의 통신판매를 허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통신판매가 허용되면 포도주를 슈퍼마켓과 같은 매장을 직접 찾아가서 사지 않고 집에서 인터넷을 이용해 구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술을 아무나 손쉽게 구입하게 될 것이다.

사실 술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등 사람에게 긍정적인 기능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술은 국민의 육체적 건강뿐 아니라 자라나는 청소년의 정신적 건강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것으로서 권장의 대상이 아니라 규제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 물론 수입 와인의 가격이 인하되면 물가수준이 낮아지는 측면도 있지만 술은 일반적인 소비물품과는 다른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스위스는 주류의 통신판매를 허용하고 있지만, 미성년자는 주류를 구입할 수 없도록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스위스 알코올위원회에서 주류의 판매와 구매자를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에 스위스의 미성년자가 통신판매를 통해 구입한 비율이 41.5%에 이른다고 한다. 통신판매의 허용범위를 제도적으로 엄격히 제한하더라도 많은 청소년이 주류를 통신판매로 구입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국내외 유력기관에서 발표된 다양한 음주 관련 통계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통신판매를 허용할 경우 다른 선진국가보다 더욱 큰 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알코올 중독으로 진단받은 사람의 비율이 우리나라는 6.8%로서 전세계 평균인 3.6%보다 1.8배나 높다. 음주인구대비 한달에 1번 이상 음주를 하면서 1회 음주 시 알코올 60g(소주 1병)이상 음용한 사람의 비율은 우리나라가 14.9%로서 미국의 8.2%, 캐나다의 8.5%, 프랑스의 5.3%에 비해 매우 높다. 특히 과도한 음주로 인한 우리나라의 사회적 비용은 GDP 대비 2.9%로서 일본의 1.9%, 프랑스의 1.4%, 캐나다의1.1% 보다도 상당히 높다는 국내 자료도 있다.

2010년 질병관리본부는 청소년의 술 구매성공률이 80%를 초과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주류의 통신판매를 허용하면 청소년에 대한 악영향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나아가 기호품의 성격이 강한 수입와인에 대해 통신판매를 허용하게 되면 대중이 선호하는 소주, 맥주 등 모든 주류에 대해서도 통신판매의 허용이 불가피하게 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결과 인터넷 상에서 술 광고와 술 판매 사이트가 난립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일부 사람들은 통신판매에서 대상을 제한하고 공인인증서의 사용을 의무화하는 등 보완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스위스의 사례에서 보듯이 통신판매가 허용되면 악용되는 것을 막기가 어렵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인터넷이 발달한 우리나라에서는,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수입와인에 대한 통신판매가 우리나라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최근 한-EU, 한-미 FTA 발효로 관세가 인하되어 수입주류의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2월에는 주세법이 개정돼 주류 수입업자가 소비자에게 술을 직접 판매하는 것을 허용하는 등 일련의 조치로 복분자주 등 국내 전통주 업체들의 타격이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수입주류에 대한 커다란 혜택이 국내 주류에는 역차별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입 와인의 유통구조 개선이라는 명목 하에서 수입 와인에 대해 통신판매를 허용하는 것은 국민 건강뿐 아니라 국민 경제를 담보로 해 수입주류의 소비를 확대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일부 고소득층의 기호식품으로 사용되는 수입와인의 가격인하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친서민정책과 배치되는 측면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수입 와인에 대한 통신판매의 허용여부에 대해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배병일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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