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니스트·리얼리스트 이전에 인문주의자 김수영
김수영을 위하여/ 강신주 지음
'모든 관심은 내일의 시에 있다.' '포즈를 버리고 사상을 취해야 할 일.' 한국시의 계보는 김수영의 두 진술 사이에서 비틀거린다. 전자가 모더니즘의 기수 김수영을 상징한다면, 후자는 리얼리스트 김수영을 드러낸다. 철학자 강신주는 이런 평가에 의문을 제기하며 김수영의 텍스트를 새롭게 읽는다. "시인 김수영은… 강력한 인문정신의 소유자로 먼저 평가하는 게 옳다"는 것. 날마다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고, 그 토대는 사람에 둔다는 인문정신에 입각해 본다면, 저 두 진술은 모순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김수영은 자유가 짓뭉개진 진창 같은 땅에서 힘겹게 자유를 살아냈다"는 것이다. 저자는 김수영의 대표작을 통해 그의 삶을 재구성하고 동서양의 철학 개념을 엮어내며 자신의 사유를 새롭게 정립한다. 천년의상상ㆍ414쪽ㆍ2만3,000원.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행복학자 100명이 1000개의 단어로 기술한 행복
세상 모든 행복 / 레오 보만스 엮음
행복에 관한 통찰과 견해를 전세계 행복학자 100명이 각자 1,000개의 단어로 자유롭게 기술했다. 아름다운 사진과 감각적인 일러스트가 곁들여져 있어 하드커버의 두께감이 있는 책이지만 술술 잘 넘어간다. 다 읽고 나면 어떻게든 행복에 가까워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끔 하니 가히 '행복 전도서'다. 지난해 유럽연합(EU) 상임의장 헤르만 반 롬푀이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이명박 대통령 등 전세계 200명의 지도자에게 선물해 화제가 됐던 바로 그 책이다. 롬파이는 책과 함께 동봉한 편지에 "당신과 세계 지도자들이 누군가의 행복과 평화 그리고 보다 나은 삶을 이끌어주기를 소망한다. 이 책이 그 길을 안내할 것이다"라고 메시지를 담았다. 노지양 옮김. 서은국 감수. 흐름출판ㆍ356쪽ㆍ2만8,000원.
채지은기자 cje@hk.co.kr
슈퍼파워 美·中의 경쟁관계는 불가피
패권경쟁 / 애런 프리드버그 지음
중국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중국이 미국과 함께 세계 양극 체제를 형성할 것이라는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슈퍼 파워로 지구촌을 호령할 두 나라는 대립적 관계를 형성할 것인가, 협력에 더 힘을 쏟을 것인가. 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의 안보보좌관을 지낸 저자는 양국 사이에 경쟁관계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이 보여준 행동을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지난 20년 동안 중국의 지도자들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행동이라면 상당히 조심하려고 했으며, 미국에 대해서는 더욱더 조심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중국이 돌변했다는 것이다. 책은 미국이 잠재적인 전략적 라이벌을 주시해야 하고 아시아에서의 패권경쟁에 대비해야 한다고도 역설한다. 안세민 옮김. 까치ㆍ384쪽ㆍ2만원.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한국 법률가 양성 구조의 문제와 대안
법률가의 탄생 / 이국운 지음
좋은 법률가가 없으면 민주주의도 없다. 국민의 0.034%에 불과한 법률가가 국회의원의 10~20%에 달하는 국내 현실에 비추어보면 지나친 말이 아니다. 법률가가 사법 영역을 넘어 정치적인 영역에도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는 법률가라는 존재가 어떻게 탄생했고 양성되며 교육되는지 제대로 논의된 적이 거의 없다. 저자에 의하면 여기에 답변해야 하는 법률가들은 "'짜증 섞인 무표정'으로 그것들을 한사코 무시하고 있을 뿐"이다. 법학 교수인 저자는 법률가가 양성되는 구조에 의문을 품고 그에 대해 꾸준히 논문을 내 왔는데, 이 책은 그 중 일부를 모아 정리한 것이다. 책은 법률가의 기원에 대해 역사적, 공간적 차원에서 살펴보고, 법률가 형성과정의 문제와 그에 따른 대안을 다룬다. 후마니타스ㆍ352쪽ㆍ1만5,000원.
이다연 인턴기자 (서강대 국어국문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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