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힘/돈 윈슬로 지음·김경숙 옮김/황금가지 발행(전2권)·각 권1만 3,000원
미국 정부와 중남미 마약 조직과의 30년 전쟁을 배경으로 100명에 가까운 인물들이 등장하는 장대한 소설이다. 범죄 미스터리로 입지를 다지고 있는 미국 소설가 돈 윈슬로(59ㆍ사진)는 5년 간 중남미 마약 관련 사건을 취재한 공력을 바탕으로 2005년 이 소설을 냈다.
도합 1,000쪽을 넘는 이야기의 중심축은 미국 마약단속국 요원 아트와 멕시코 마약 조직의 우두머리 아단의 대결. CIA 요원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아트는 마약단속국으로 자리를 옮겨 1975년 멕시코 마약 유통의 중심지인 시날로아로 파견된다. 상사의 따돌림으로 업무 수행에 어려움을 겪던 그는 현지 대학생이던 아단을 만나고 고위 경찰인 그의 삼촌 티오를 소개받는다. 공명심에 사로잡힌 아트는 티오와 손잡고 멕시코 마약왕 돈 페드로를 생포하려 하지만, 티오는 느닷없이 돈 페드로를 사살하고는 아트에게 시신을 넘긴다. 머잖아 아트는 무주공산이 된 마약 조직을 장악해 재편하려는 티오의 계략에 자신이 이용됐음을 알게 된다.
복수를 다짐한 아트는 집요한 추적 끝에 티오가 어린 애인과 머무는 숙소에 도청 장치를 설치, 마약 거래 정보를 얻고 티오의 조직을 뒤흔든다. 티오가 조카 아단을 통해 보내온 경고를 무시한 대가로 아트는 가정이 파탄나고 절친한 친구였던 동료마저 잃는다. 복수심에 불탄 아트는 마침내 티오를 체포하지만, 티오는 CIA 남미지부 국장 존 홉스에 의해 풀려나고 아트가 되레 위기에 처한다. 이 과정에서 아트는 CIA 남미지부가 이 지역 공산주의 조직을 말살하기 위한 자금을 티오의 조직으로부터 받고 있음을 알게 된다. 비밀을 지키는 대가로 목숨을 부지한 아트는 다시금 티오ㆍ아단과의 일전을 준비한다.
실력과 지략을 총동원한 양 측의 전투에 뉴욕 최대 마피아 조직 출신인 킬러 칼란, 고급 콜걸로 칼란과 뉴욕에서 짧은 인연을 맺었던 노라, 미국과 마약 조직 모두로부터 멕시코 주민을 지키려 하는 파라다 신부 등 또다른 주연급 인물들이 개입하면서 사건은 흥미진진하게 가지를 쳐 나간다. 아트는 티오를 재차 체포하고 삼촌에게 보스 자리를 물려받은 아단마저 붙잡아 법정에 세운다. 하지만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다. "마약은 멕시코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았다. 아단의 몰락 후 15분 동안은."(2권 565쪽) 아트 역시 아단이 건 현상금 때문에 숨어 살아야만 한다. 승자는 없다. '개의 힘'(성경 시편에서 따온 구절), 즉 인간의 내재적 악(惡)만이 유유히 역사를 가로질러 흐를 뿐.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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