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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권불십년'의 역설에 취한 정권

입력
2012.04.2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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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측근 실세들의 비리가 잇따라 불거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사태까지 겹쳤다. 감염 우려 없는 비정형이라지만 4년 전 광우병 트라우마가 재발하지 않을까 현 정권은 노심초사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엄중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을 때의 상황 예측은 어렵지 않다. 국민 불신과 불안이 커지고 레임덕이 가속화하면서 국정 장악력이 떨어져 '식물 정권'으로 전락할 수 있다. 최악이다.

권불십년(權不十年). 이 대통령과 측근들은 요즘 '권세는 10년을 가지 못 한다'는 이 말을 절감할 것이다. 어찌 권력을 향유하고, 그 권력 주변에서 호가호위하던 현 정권 인사들뿐이겠는가. 통탄스럽고 참담하기는 국민들이 이 정권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말에 권력을 주었지만 경제는 고사하고 도덕성까지 추락했다. 언론인 출신 수석비서관과 전 차관이 구속되거나 수사를 받을 때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한 이 대통령의 언급은 국민적 냉소와 조롱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이제 대통령의 멘토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까지 사법처리를 앞두고 있으니 국민들은 기가 찰 노릇이다.

이 대통령은 정권 출범 이후 4년 동안 내 편 챙기기 인사, 보은 인사, 회전문 인사, 특정 지역ㆍ학교 편중 인사 등 인사와 관련해 제기된 온갖 비판에도 요지부동이었다. 업무능력만 보고 뽑는데 무슨 문제냐는 식의 태도를 보인 적도 있고, 고치겠다고 했다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형인 이상득 의원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영포라인'이 정치권과 정부, 국영기업과 금융기관, 심지어 기업의 인사에까지 영향력을 미친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는데도 이 대통령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매년 친인척ㆍ측근 비리가 이어질 때도,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전모가 드러났을 때도, 자신이 현장을 보고 결정한 내곡동 사저가 파문을 일으켰을 때도 이 대통령은 유감만 표명했을 뿐 직접 사과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설령 이 대통령이 발언에 진정성을 담았다 해도 국민들은 느낄 수 없었고 대통령과 국민 사이의 거리는 더 멀어졌다.

이 대통령이 진작 형님과 멘토, 측근들과 관련된 소문의 진상을 파헤치고 결과에 따라 그들을 도려내는 아픔을 감내했다면, 그리고 정치적 고려 없이 권력마저 내놓을 수 있다는 각오로 내 편 네 편 가리지 않는 탕평 인사를 했다면 사정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최소한 'MB맨'이라는 이들이 딴 마음을 먹진 못했을 것이다. 긴장하고 두려워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권력형 비리 발생 가능성도 줄었을 것이다. 국민과의 거리도 좁아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그 길을 택하지 않았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발언이 상징하듯 이 대통령은 자기편의적ㆍ자기중심적 현실 인식에 빠져 있었다. '우리는 전 정권과 다르다'는 식의 오만한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말과 행동이 따로인 언행불일치의 리더십은 권력 내부는 물론 우리 사회 전반에 길고 큰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 아래 깊은 그늘 속에서 권력과 이권이 결탁하는 부패의 독버섯들이 쑥쑥 자랐다.

임기 마지막 해 정권의 급속한 몰락은 그 결과다.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의 권력형 비리가 고구마 줄기처럼 다시 고개를 치켜들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권불십년은 권력의 무상함을 일깨우며 권력의 오만해짐을 경계하라는 경구로 읽힌다. 하지만 권력은 오래 가지 않으니 저물기 전에 권력을 누려야 한다는 뜻으로 오독될 소지도 크다. 특히 통치 철학, 미래에 대한 비전과 통찰력, 소통과 갈등 조정 능력이 부재하거나 부족해 민심의 외면을 받는 권력, 자기 편끼리도 국정 철학과 비전을 공유하지 못한 채 제 앞길만 살피는 권력일수록 권불십년이 내포한 역설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현 정권이 딱 그런 경우에 해당하지 않을까.

금품수수 의혹이 불거지자 바로 대선자금과 연결 지으며 "(청와대가) 나를 보호해 줘야지"라고 했다는 최 전 위원장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황상진 부국장 겸 디지털뉴스부장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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