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마이클 샌델 지음ㆍ안기순 옮김/와이즈베리 발행ㆍ336쪽ㆍ1만6000원
<정의란 무엇인가> 로 국내에 정의 열풍을 몰고 왔던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학 교수의 신작이 한국, 미국, 영국에서 동시 출간됐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what money can't buy)> 은 2012년 봄학기에 'Markets & Morals'란 이름으로 하버드대에 개설한 철학 강의를 정리한 책으로, '시장지상주의 시대'에 맞서 시장이 지닌 도덕적 한계를 점검한다. 돈으로> 정의란>
샌델 교수는 최근 수십 년 동안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사이 이 사회가 시장경제(market economy)에서 시장사회(market society)로 옮겨갔다고 진단한다. 시장경제에서 시장은 재화를 생산하고 부를 창출하는 효과적인 도구인 반면, 시장사회에서 시장은 인간 활동의 모든 영역으로 스며들어간 일종의 삶 그 자체다.
그는 이 변화로 인해 발생한 가치의 변질에 주목한다. 예컨대 비행기 일등석 탑승자에게 주어지는 우선 탑승권, 이러저러한 문화 행사에서 대리 줄서기 사업, 진료 예약권의 암거래, 연회비 1,500달러면 당일예약과 신속한 진료를 약속하는 전담의사 제도 등은 '한때 비시장 규범이 지배했던 삶의 영역에 돈과 시장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51쪽)
그는 <맨큐의 경제학> 의 저자인 그레고리 맨큐의 어록을 예로 들며 경제학자들의 시장주의적 가치관을 비판하기도 한다. (샌델은 맨큐를 비롯해 토머스 프리드먼 같은 유명 경제학자들과의 친분을 책 내내 과시하면서, 이들의 논리를 조목조목 비판한다) '맨큐는 암표 판매를 예로 들어 자유시장의 미덕을 설명한다. … 하지만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 시장 가격은 자발적으로 가격을 지불하려는 마음뿐만 아니라 능력도 반영하므로, 누가 특정 제화의 가치를 가장 높게 평가하는 사람인기 가려내기에는 불완전한 지표다.' (53~56쪽) 맨큐의>
이 책에서 샌델이 제시하는 모든 예에는 돈과 시장이 개입한다. 그는 각각의 좋은 것들(the good)이 지닌 선함(the good)이 돈 때문에 변질되는 현실을 비판한다. 요컨대 사회가 바뀌면서 시장이 모든 가치의 중심이 됐지만, 사실 시장은 결코 중립적인 장치가 아니라 재화의 특성을 변질시키는 힘을 가졌다는 것이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것과 살 수 없는 것'(135쪽)도 열거한다. 노벨상, 프로야구 MVP 같이 명예를 상징하는 상이나, 사람의 신장, 입양할 어린 아이 같은 인간 생명은 비교적 단순하게 구분된다. 하지만 "당신 대신 사과해 드립니다"란 중국 톈진의 사과 대행 회사, 결혼식 축사 온라인 서비스 등 신자유주의 시대 새로운 산업(?)이 출현하면서 문제는 점점 더 복잡해진다. 선물 교환에 관한 경제학적 효과를 산출하는 것도 애매하다.
저자는 시장만능주의가 사회를 지배하게 된 것은 '도덕적 논쟁이 지나치게 많다'(32쪽)는 공적 담론에 관한 증오와 공허감이 만연하면서 시장에 맡겨야 할 것과 그렇지 않아야 할 것에 대해 질문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나아가 '결국 시장의 문제는 사실상 우리가 어떻게 함께 살아가고 싶은가에 관한 문제'(276쪽)이며, 이제 시장과 시장의 역할에 대한 도덕적 판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묻는다. 당신은 모든 것을 사고 팔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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