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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갑 에버랜드 코끼리 사육사/ "말하는 코식이, 이번엔 책 주인공 데뷔…대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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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갑 에버랜드 코끼리 사육사/ "말하는 코식이, 이번엔 책 주인공 데뷔…대견하죠"

입력
2012.04.27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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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여름,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동물원 사육사 김종갑(43)씨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사육하는 코끼리 ‘코식이’가 사람 처럼 말하는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사육장 안에 사무실이 있었는데, 사람이 부르는 소리가 들려 나가 보면 코식이 밖에 없는 거예요. 어느 날 코식이가 혼자 말하고 있는 게 딱 걸린 거죠.”

그저 ‘조금 특이하게 소리를 낸다’고 지나치려 했지만 코식이가 내는 소리는 들을수록 사람이 하는 말처럼 들렸다. “좋아”, “누워” 등 모두 김씨가 코식이에게 자주 쓰는 단어들이었다. ‘말하는 코끼리’이야기를 들은 동물원 측은 과학적인 검증을 했다. 결과는 놀랍게도 130㎐의 성대 떨림을 보이는 코식이의 발성패턴이 보통 100~120㎐의 성대 떨림을 보이는 사육사의 그것과 상당부분 일치했다. 세계 최초로 사람 말을 따라 하는 코끼리가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일순간 에버랜드 동물원 명물이 된 스물 한 살의 스타 코끼리 ‘코식이’가 이번엔 책 주인공이 됐다. 코식이가 말하는 원리와 동물원 생활을 담은 어린이용 책 에 등장했다. 전문 작가가 쓴 책이지만 코식이 서적이 나왔다는 소식에 누구보다 기쁜 것은 ‘코식이 아빠’김씨였다. 그는 27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주변에서 ‘잘난 아들’ 둔 덕에 유명해졌다고 한다”며 웃었다.

코끼리는 성대가 있지만 입술이 없어 사람처럼 소리를 낼 수 없다. 코끼리끼리는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초저주파 8㎐로 의사소통을 한다. 그렇다면 코식이는 어떻게 소리를 내는 걸까. 수의사들은 “코식이가 코를 이용해 사람과 비슷한 소리를 낸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코식이는 코를 둥글게 말아 끝 부분을 입에 넣은 뒤 콧바람을 입 안에 불어 넣어 소리를 만든다. 사람이 입 안에 손가락을 넣어 휘파람 소리를 내는 원리다. 김씨는 “원래 코끼리는 무리 지어 생활하는 습성이 있는데 코식이는 어렸을 때부터 사육장에서 혼자 자랐고, 유대관계를 맺은 게 제가 유일하다 보니 내 말을 따라하게 된 것 같다”고 했다.

1993년부터 키워 온데다 이젠 말까지 따라하는 코식이는 김씨에게도 특별한 존재다. “코식이 사육장에 들어가면 ‘나를 반겨준다’는 느낌이 들어요. 사육사는 동물 눈빛을 보면 알거든요. ‘안녕’하면 ‘좋아’라고 인사까지 하니, 아무래도 자꾸 코식이 사육장으로 발길이 가죠.”

그는 “코식이가 말을 배우면서 사육사 말을 잘 안 듣는다”는 고충도 털어 놨다.“씻기려고 ‘앉아’라고 하면 앉는 대신에‘앉아’라는 말을 따라 하고는 멀뚱멀뚱 쳐다봐요. 이 녀석이 말을 배웠다고 말로 때우려고 한다니까요.”

코식이는 가장 자주 말하는 ‘좋아’를 비롯해 ‘누워’, ‘발’, ‘하티’(옆 방 암컷 코끼리) 등 6~7가지 단어를 발음할 수 있다. 김씨는 “처음보다 할 줄 아는 단어 개수가 늘지는 않았지만 발음은 더 정확해졌다”고 했다. 최근에는 ‘코식이’라는 말을 가르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코식이와 ‘눈빛’말고 ‘말’로도 더 깊은 교감을 나눌 생각이에요.”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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