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야하다'/더글러스 켄릭 지음ㆍ최인하 옮김/21세기북스 발행ㆍ344쪽ㆍ1만5000원.
"종교는 번식의 수단이다." 이런 발칙한 주장을 펴는 이는 더글러스 켄릭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교수. 그는 종교가 장려하는 일부일처제를 번식 전략의 산물로 본다. 이성 간의 독점적 사랑, 무분별한 성교 억제 등 일부일처제의 규범은 사실 번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켄릭 교수는 학생들에게 매력적인 이성과 동성 사진을 보여준 뒤 신앙심과 관련된 질문을 했다. 이 조사에서 남녀 모두 매력적인 이성보다, 매력적인 동성을 봤을 때 신앙심을 더 크게 표출했다. 그는 이런 현상을 매력적인 경쟁자가 많으면 번식에 불리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종교를 끌고 와 일부일처제란 틀 속에서 안정적으로 짝을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성과 가족에 대한 사고방식은 종교 의식에 참석하게 만드는 원인이지 단순히 종교적 가르침의 결과는 아니"라고 말한다.
<인간은 야하다> 는 짝짓기, 번식, 연애 등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이 표출되는 행위를 진화심리학의 관점으로 풀었다. 남성이 어린 여성을 선호하는 이유, 남성과 여성의 과시 행동 등 책이 다루는 주제부터 눈길이 간다. 인간은>
가령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삶이 재미없을 때 주변에선 연애하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일리 있는 얘기라며, 일례로 천재 화가 파블로 피카소를 들었다. 피카소는 생전에 작품 14만7,800여점을 남겼다. 입체파, 초현실주의 등 화풍도 여러 번 바꿔가며 그림을 그렸다. 눈길을 끄는 사실은 그때마다 피카소는 새로운 연하의 여성과 만났다는 점이다. 저자는 피카소가 만난 여성은 그의 화풍에 영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한다.
실제 그림을 보여주고 그 그림에 관한 짧은 글을 써달라고 했을 때 연애를 하거나, 연애를 하고 싶어 하는 남성이 그렇지 않은 남성보다 표현이 풍부한 창의적인 글을 선보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흔히 '진화=적자생존'으로 알려져 있지만, 저자는 진화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생존이 아니라 번식이라고 강조한다. 변화한 환경에 적응했다 해도 홀로 산다면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해줄 수는 없어 진화로 보긴 어렵다는 것. 진화론의 관점에서 볼 땐 빨리 죽더라도 짝을 유혹해 자손을 낳는 동물이 성공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진화를 이끈 것이 꼭 번식을 위한 이기적 본성만은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지금쯤 사회는 '만인을 위한 만인의 투쟁터'로 변했을 터. 저자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란 점에 주목한다. 타인과의 관계에 신경 쓰고, 그들에게 선하게 행동해야 번식에도 성공할 확률이 높기에 이타적인 본성도 지니게 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진화생물학의 원칙 중 하나인 상호 이타주의가 이렇게 나오게 됐다고 설명한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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