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 소싱/제프 하우 지음ㆍ 박슬라 옮김/ 리더스북 발행ㆍ304쪽ㆍ1만5,000원
철학자 안토니오 네그리는 흔히 '대중'이라고 규정되는 인간 집단의 능동적 측면에 주목할 것을 요청한다. 즉 주체적으로 소통하고 어떤 공통성을 키워나가는 사람들의 집합체라는 의미에서다. 세계관은 판이하지만, 미국의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 제프 하우는 대중의 능동성을 경영학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대중의 창조성을 실물 경제의 영역으로 이입, 확대 재생산시킬 수 있는 방법을 논하고 있다.
'크라우드 소싱'은 2006년에 그가 IT 전문지인 <와이어드> 의 기사를 통해 처음 주장한 말이다. 전문가 대신 다수의 비전문가인 고객과 대중에게 문제의 해결책을 아웃소싱하는 것을 뜻한다. 그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지니는 능동성을 강조한다. 사람들은 인정받고 싶어하며, 자신의 아이디어를 세상에 제시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 동기를 정확히 이해하고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서 지속적 참여를 유발하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중은 조작의 대상이 아니라 아이디어 발굴과 기업의 혁신과 성과 확대의 원천이다. '크라우드 소싱'은 대중과 그들을 이끄는 몇몇 개인 간의 긴밀한 협력이 전제됐을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와이어드>
저자는 이런 크라우드 소싱의 실제 성공 모델을 다양하게 제시해 가며 21세기의 비즈니스에서 이런 방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5만명에게서 35만파운드를 모금해 프로 축구팀을 사들인 영국의 카피라이터, 기업 내에서 아무리 머리 맞대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세계적 크라우드캐스팅 사이트에 게시해 대중의 지혜를 구하는 보잉, 듀폰, P&G 같은 기업들, 미래를 사고 파는 '정치주식시장'으로 여론조사보다 정확히 선거 결과를 예측한 사례들…. 위키피디아나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의 미디어 기업 커런트 TV 등 인터넷 시대의 매체들의 문제 해결과 성공을 요령 있게 개관해 나가는 대목은 다큐멘터리 제작자로서 저자의 장기가 발휘되는 대목이다.
이 책은 '경영학이 말하는 집단지성론'으로도 읽을 수 있다. 저자는 "우민 정치와 민주 정치 사이에는 미세한 경계선이 있으며 전자의 허용은 보통 후자의 성취를 바탕으로 한다"고 말한다. 구글,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군중의 통치'로 간주해야 한다는 말이다.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