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럽다. 정부의 광우병 대응 방식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커져가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제한하는 각종 법령이나 정부 조치를 둘러싼 상반된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광우병을 둘러싼 주요 쟁점을 정리해 본다.
수입위생조건 왜 후퇴했나
1998년과 2006년 정부가 미국과 맺은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에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한국으로의 수출을 중단하고, 수출 재개를 원할 경우 한국 정부와 협의하도록 명시돼 있다. 그런데 이 규정이 MB정부 초기인 2008년 4월 ‘광우병이 추가로 발생해 OIE(국제수역사무국)가 미국 광우병 지위 분류에 부정적인 변경을 인정하면 한국 정부는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것’으로 바뀌었다.
굴욕협상 논란이 이는 데 대해 농림수산식품부는 상황론을 제기한다. 1998년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기 전으로, 미국도 광우병 발생 확률이 낮다고 판단해 수출중단 조치를 넣었다는 것이다. 이후 2003년 12월 미국에서 광우병이 처음 발견된 데 이어, 2005년과 2006년 발병 사례가 잇따라 확인되면서 미국의 광우병 지위는 ‘광우병위험미결정국’으로 격하됐다. 이는 우리 정부가 2006년 수입위생조건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미국을 압박하는 카드로 사용됐다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그런데 2007년 미국이 광우병위험통제국 지위를 획득함에 따라 2008년 4월 쇠고기 협상 때는 미국의 발언권이 한층 강화됐다. 미국은 변화된 광우병 지위와 OIE의 ‘뼈 없는 골격근’(살코기)은 광우병이 발생해도 수입 제한을 하면 안 된다’는 권고를 토대로 협상을 밀어붙였고, 우리 정부가 이를 거부하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검역중단 하면 통상마찰 불거지나
정부는 당장 검역을 중단하면 통상마찰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검역중단을 실시하면 사실상 시장 유통 흐름을 막아 수입중단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미국과 무역마찰이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양론이 존재한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관련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검역중단을 실시하면 양국 간 합의 내용을 깨는 것이 돼 대외 신인도가 하락하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 당하는 등 통상마찰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은 “고시인 수입위생조건보다 국내법인 가축전염병예방법이 우선하고 WTO 위생검역(SPS) 협정에서도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해 검역중단을 할 수 있도록 했다”며 “검역중단과 통상마찰은 관련이 없다”고 반박한다.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의 기준은
가축전염병예방법 32조 2항은 ‘광우병이 추가로 발생해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에 한해 쇠고기 또는 쇠고기 제품의 수입을 일시 중단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법률에 포함돼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정부는 ▦미국 육류관리 시스템의 실패 ▦특정위험물질(SRM) 제거의 불완전성 ▦동물성 사료 섭취 ▦예찰 시스템 미작동 등이 발견되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때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는 발생 사례마다 다르고 1차 산업구조에도 영향을 받아 일률적으로 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결국 정부가 의지를 갖고 구체화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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