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영으로부터 제기되던 정치권의 좌클릭에 대한 비판과 우려가 총선 이후에는 민주통합당 내부에서조차 정치적 논란거리가 됐다. 좌클릭은 잘못된 것이고 총선 패배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좌클릭에 대한 이러한 비판과 우려는 정당한가. 나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비판과 우려는 '좌'에 대한 지독한 편견이 아니라면 대부분이 좌클릭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먼저, 여야 정치권에서 이루어진 좌클릭의 내용부터 살펴보자.
우리나라에서 정치권의 좌클릭이 시작된 것은 2010년 6ㆍ2 지방선거 때부터다. 무상급식을 둘러싸고 야당은 보편적 복지 깃발을 들었고, 이에 대항해 여당은 기존의 선별적 무상급식 확대를 고수하며 야당의 보편적 무상급식 공약을 복지포퓰리즘이라 공격했다. 당시 민주당의 좌클릭이 정치적 승리를 거두었다. 이후 민주당은 10ㆍ3 전당대회를 통해 당헌에 보편적 복지를 명시했고, 지난해 연초부터 '무상복지 3+ 1'을 공격적으로 발표하며 좌클릭 정국을 주도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여당은 박근혜 의원의 '복지국가' 주창과는 무관하게 야당의 보편적 복지를 복지포퓰리즘으로 맞받아치며 좌클릭을 거부했다. 여당의 완고함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때까지 지속됐다. 그러나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여당은 소장개혁파와 친박계의 주도로 복지를 크게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적 좌클릭을 추진했다. 그 결정판은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꾼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좌클릭인데, 보편적 복지를 상당부분 포함한 맞춤형 복지와 공정한 경제를 위한 경제민주화가 그것이다.
보수진영은 이러한 여야 정치권의 좌클릭에 대해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재정파탄을 초래할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급기야 총선 직전에는 기획재정부가 직접 나서 정치권의 좌클릭을 복지포퓰리즘으로 공격했다가 선관위로부커 경고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좌클릭을 '이념적 좌경화'로 오해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민주통합당의 보편적 복지와 경제민주화, 새누리당의 맞춤형 복지와 경제민주화는 공히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그동안 오른쪽으로 크게 치우쳐있던 복지와 경제 정책을 10년에 걸쳐 좌클릭하자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치권의 좌클릭은 오른쪽 뒤틀림을 단계적으로 교정해 국제적 표준에 도달하려는 지극히 정상적인 과정이다.
우리나라는 보편적 복지가 매우 부실하고 선별적 복지도 여전히 취약하다. OECD 국가들의 평균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의 비중이 20%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9%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보편적 복지와 공적부조의 확충은 '이념적 좌경화'가 아니라 비정상과 몰상식을 정상과 상식의 상태로 바로잡는 것이다. 1인1표의 민주주의가 살아있는 한, 여기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경제민주화도 마찬가지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계속된 시장만능주의 경제정책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양극화는 미국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심각하다. 경제와 산업의 양극화, 노동시장의 양극화,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로 인해 우리 경제는 선진국으로의 도약은커녕 지속가능성마저 의심받는 상황에 처해있다. 경제민주화를 통해 공정한 경제를 실현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최근 민주통합당의 총선 패배를 좌클릭 탓으로 돌리려는 보수파의 정치적 공격이 있었다. 좌클릭 때문에 중위 투표층의 지지를 잃어 선거에 진다는 주장이다. 이는 오해와 편견에 불과하다. 중위 투표층은 보수나 진보를 뚜렷하게 정하지 않은 유권자들로 젊은 세대이거나 중산층이거나 투표율이 낮을 개연성이 큰 집단이다. 이들이 투표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비정상과 몰상식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제와 복지를 국제적 표준에 근접하도록 바로잡는 좌클릭을 제대로 실천하겠다는 확고한 정치적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민주통합당의 총선 패배는 좌클릭 때문이 아니라 이를 실천하겠다는 정치적 의지와 능력의 겹핍 때문이었다. 대선을 앞두고 우리 정치권은 레토릭 좌클릭 경쟁이 아니라 확고한 비전과 실천능력을 보여주는 실질적 좌클릭 경쟁을 해야한다. 여기서 이기는 세력이 대권을 잡을 것이다.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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