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형(32ㆍ울산동구청)이 한 달 전에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룸메이트 최두현에게 태백장사 타이틀을 바쳤다.
태백급(80㎏ 이하)의 강자 이진형은 2012 보은장사 대회를 앞두고 의기소침해졌다. 아꼈던 후배 최두현이 사고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최두현은 불과 한 달 전까지 이진형의 룸메이트로 함께 생활했다. 지난 1월 울산동구청에 입단한 최두현은 지난달 25일 회장기 장사대회에 참가한 뒤 울산으로 돌아왔다가 다음날 화재로 인한 질식사로 숨을 거뒀다. 동료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성통곡했던 이진형과 울산동구청 선수들은 보은장사 대회를 제대로 준비할 수 없었다.
이대진 감독과 김종훈 울산동구청장은 선수들의 마음을 다독이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분위기 쇄신을 위해 운동 대신 전지훈련을 택했고, 회식 등으로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게 도왔다. 4월 초 울산동구청 선수단은 영월-영주-대구로 일주일간 전지훈련을 다녀왔다. 특히 대구 팔공산 갓바위에 가서 고(故) 최두현을 추모하며 좋은 곳에 갈 수 있도록 빌고 또 빌었다. 누구보다 슬퍼했던 이진형은 최두현에게 장사 타이틀을 바치기 위해 이를 악물었고 결국 눈물로 다짐했던 약속을 지켰다.
이진형은 26일 충북 보은국민체육관에서 열린 2012 보은장사씨름대회 태백급 결정전에서 '작은 거인' 한승민(수원시청)을 3-0으로 꺾고 꽃가마에 올랐다. 이진형은 백 덤블링을 두 차례나 하며 환호했다. 고(故) 최두현과의 약속을 지켰다는 기쁨에 울컥한 심정을 표현했다. 아픔을 딛고 정상을 밟은 이진형은 통산 6번째 태백장사 타이틀을 차지했다.
이진형은 "얼마 전에 안 좋은 일이 있어 선수단 분위기가 침체됐다. 오늘 장사에 등극한 것을 계기로 앞으로 팀에 좋은 일들만 가득했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더 좋은 모습으로 재미있는 씨름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진형은 장사 타이틀을 들고 고(故) 최두현이 잠들어 있는 울산 앞바다를 찾아갈 예정이다. 이대진 감독은 "'더 좋은 성적을 내는 게 두현이를 위한 보답'이라고 말하며 선수들을 다독였는데 잘 따라준 것 같다. 특히 진형이가 이번 대회에 임하는 각오가 더욱 남달랐는데 잘해줬다"라고 말했다.
한편 2ㆍ3품 결정전에서는 오흥민(부산갈매기)이 정민(울산동구청)을 물리치고 2품에 올랐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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