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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크론병의 습격… 잦은 복통·설사땐 의심 또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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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크론병의 습격… 잦은 복통·설사땐 의심 또 의심

입력
2012.04.26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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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면역질환 하면 보통 류마티스관절염이나 루푸스 같은 병부터 떠올린다. 그런데 소화기관에 생기는 자가면역질환도 있다. 바로 크론병이다. 최근 가수 윤종신이 앓았다고 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크론병은 아직 원인도 예방책도 확실하지 않다. 희귀난치성질환센터에 따르면 국내 크론병 환자는 2만6,188명(2006년)에 이른다. 희귀난치성질환 치고는 환자가 많은 편이다. 최근 들어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고 보는 전문의들도 많다. 드문 병이라고 무심히 넘길 일이 아니다.

배탈이나 맹장염과도 혼동

평소 자주 배가 아프거나 설사를 하는 사람이라면 크론병에 더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크론병은 특히 배꼽 주위와 오른쪽 아랫배가 심하게 아픈 게 특징이다. 설사를 하고 열이 나며 몸무게가 준다. 혈변(변에 피가 섞여 나옴)이나 메스꺼움, 구토, 피로감, 빈혈 같은 증상도 생길 수 있다.

어떤 증상이 얼마나 심하게 생기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서서히 나타나기도 하고 급속히 진행되기도 한다. 응급수술이 필요할 만큼 심각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증상을 거의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흔한 배탈이나 소화불량 정도로 생각하다 병을 키우기도, 오른쪽 아랫배 통증 때문에 충수염(맹장염)으로 혼동하기도 한다. 크론병임을 빨리 알아차릴 수 있는 특별한 증상이 없으니 확실한 진단을 위해선 여러 검사를 받을 수밖에 없다.

크론병의 증상들은 소화기관에 생기는 염증 때문에 나타난다. 대체로 회장(소장의 끝부분)과 결장(대장에서 맹장과 직장을 뺀 나머지 부분)에 생기지만,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기관 어디서나 나타날 수 있다. 염증을 만들어내는 건 면역반응이다.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야 할 면역체계가 무슨 이유에선지 자기 몸의 소화기관을 공격하는 것이다. 가족 안에서 환자가 여러 명 나타나기 때문에 크론병의 10~30%가 유전이나 가정환경의 영향을 받는 거라는 분석도 있다.

환자의 절반가량이 치루도

원래 크론병은 미국이나 유럽에 많고 아시아나 아프리카에는 상대적으로 적다고 알려져 있었다. 서양에선 인구 1,000명당 1명 정도로 비교적 흔한 병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서양만큼 환자가 많지 않지만, 식생활을 비롯한 사회의 여러 환경이 서구화하면서 전문의들 사이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크론병이 급증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15~35세의 젊은 사람들이 주로 걸린다는 점도 서구화의 영향이 크론병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는 추측을 뒷받침한다.

크론병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가장 큰 특징은 합병증이 다양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항문과 장 부위에 특히 궤양(조직 표면이 손상됨)과 출혈, 농양(고름이 고임), 천공(구멍이 생김) 등이 주로 생긴다. 국내 환자의 절반가량은 치루(치질의 한 종류로 항문샘이 곪는 병)를 함께 앓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장 벽을 관통할 정도로 큰 구멍이 생기면 소화액과 세균이 장 밖으로 흘러나와 복막염을 일으키고, 심할 경우 패혈증으로까지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몸 속 단백질이 약으로

과거의 크론병 치료는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수준에 머물렀다. 아니면 면역체계 전체를 억제하는 약을 써야 했던 탓에 부작용이 생길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염증을 일으키는 근본적인 원인을 차단하는 약(생물학적 제제)이 나와 장에 생긴 궤양까지도 치료할 수 있게 됐다.

크론병 같은 자가면역질환 환자의 몸에선 면역세포가 특정 단백질(TNF-알파)을 계속해서 만들어낸다. 이 단백질이 면역체계를 공격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 몸에는 이미 TNF-알파가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단백질(항체)이 있다. 최근 나온 생물학적 제제는 바로 이 단백질을 주사 형태로 만든 약이다. 종류에 따라 사람 단백질과 똑같은 약(휴미라), 사람 단백질과 쥐 단백질이 섞인 약(레미케이드)이 있다. 한국애보트 관계자는 "국내에 나와 있는 100% 사람 단백질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는 휴미라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크론병 환자는 병 때문에 에너지 요구량은 증가하는데, 통증이나 식욕 감소로 먹는 양은 줄어 영양상태가 나빠질 수 있다. 이대목동병원 위∙대장센터 정성애 교수는 "대변의 양과 빈도를 줄여 장에 대한 자극을 감소시키기 위해 섬유질이 많은 식품, 섬유질은 적더라도 대변 부피를 늘리는 식품은 피해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관리하면 환자의 삶의 질은 충분히 나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기름진 음식을 줄이고 소화가 잘 되는 음식 위주로 규칙적인 식사를 하는 게 크론병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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