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아누 호날두(27ㆍ레알 마드리드)는 놀라운 득점력에도 불구,'2인자'에 만족해야 했다. 리오넬 메시(25ㆍ바르셀로나)가 2008~09 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국제축구연맹(FIFA)과 유럽축구연맹(UEFA) 등의 각종 개인상을 독식하는 동안 호날두는 들러리에 머물렀다. 메시의 벽을 넘지 못한 탓이다. 2008~09 UEFA 챔피언스리그(이하 UCL) 결승, 2010~11 UCL 4강전에서 호날두는 메시의 골 세리머니를 씁쓸하게 지켜봐야했다. 특히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2009년 이후 유독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부진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올해 드디어 명예 회복에 성공하는가 싶었다.
호날두는 지난 22일 바르셀로나와의 스페인 정규리그(프리메라리가) 대결에서 결승골을 터트리며 2-1 승리를 이끌었다. 통쾌한 설욕전이었다. 하늘도 호날두를 돕는 듯 했다. 25일 메시의 페널티킥 실축과 함께 바르셀로나는 2011~12 UCL에서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그러나 메시를 외면한 '행운의 여신'은 호날두에게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레알 마드리드는 26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11~12 UCL 4강 2차전에서 120분 혈투를 펼친 끝에 승부차기에서 1-3으로 패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1차전에서 1-2로 패한 레알 마드리드는 정규시간 90분 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1ㆍ2차전 합계 3-3 동점을 이뤄 승부는 연장전을 거쳐 승부차기로 접어 들었고 호날두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경기 시작과 함께 호날두의 득점포는 불을 뿜었다. 전반 6분 페널티킥을 성공시켰고, 전반 14분에는 메수트 외칠의 패스를 오른발 인사이드로 여유 있게 마무리했다. 그러나 바이에른 뮌헨은 전반 27분 아르옌 로벤의 페널티킥으로 따라 붙었다. 이후 일진일퇴의 공방이 펼쳐졌다. 점유율에서는 오히려 바이에른 뮌헨이 앞섰다. 살얼음판 승부를 이어간 레알 마드리드는 호날두의 '한방'이 간절했다. 호날두의 장기는 '무회전 프리킥'과 '미사일 슈팅'이다. 그러나 호날두의 발 끝을 떠난 볼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거나 허공을 갈랐다.
운명의 승부차기에서 1번 키커로 사선에 선 호날두의 슈팅은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의 손에 걸렸다. 4년 전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순간이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인 2007~08 UCL 결승전 첼시와의 승부차기 대결에서 호날두는 페널티킥을 실축했다. 첼시의 존 테리가 슈팅을 시도하다 미끄러져 넘어지는 황당한 실수를 한데다 동료들이 집중력을 보여 우승 트로피를 차지해 호날두는 역적이 될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후 호날두는 페널티킥에 대한 집중력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올 시즌에는 26일 경기 전까지 13차례의 페널티킥을 모두 성공시키는 백발백중을 과시했다. 그러나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었다.
레알 마드리드가 1-2로 뒤진 상황에서 4번 키커 세르히오 라모스의 슈팅은 허공을 갈랐다. 바이에른 뮌헨 5번 키커 세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의 슈팅이 골 네트에 꽂히자 호날두는 그라운드에 주저 앉아 얼굴을 감싸 안았다. 하루 만에 라이벌 메시와 동병상련의 처지가 됐다.
메시와 호날두의 탈락으로 싱거워진 UCL 결승전은 5월20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첼시(잉글랜드)와 바이에른 뮌헨의 대결로 치러진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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