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많은 머리를 흔드시나요?
백발의 눈썹을 찡그리나요?
당신 뒤에 서 있는
날개 달린 천사가
사랑이 무엇인지
알기나 하나요?
저도 천사랍니다. 천사였지요.
감미로운 어린 양처럼
그들의 눈을 바라보곤 했지요.
하지만 암말에게
고통스레 조각된 세브르 산 도자기는
더 이상 안 주겠어요.
전능하신 신이여,
인간의 손도
머리도
당신이
만들었지요.
그런데 왜
고통없는 키스는
안 주셨나요.
왜, 왜, 왜?!
당신이 전능한 신이라 생각했지요.
그러나 당신은 실패한 신.
나는 몸을 숙여
장화목에서
구두장이의 칼을 꺼낸다.
날개 달린 악당들!
천국에 처박혀 있으리라!
두려워 떠는 바람에
날개의 깃털이 헝클어지겠지!
당신이 풍기는 향의 악취.
어디를 가건
당신의 정체를 폭로하리라!
마야꼬프스키의 '바지를 입은 구름'에서 후반부의 세 연만 뽑아왔어요. "내 심장은 꽃피는 5월까지/ 살아본 적이 없소./ 내 삶에는 오로지 백 번의 4월만 있을 뿐." 이 길고 긴 시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구절이에요. 1986년 4월 28일은 서울대 학생 김세진이 학교 동료 이재호와 함께 독재에 항거하며 분신한 날. 그는 감리교회의 청년회장이기도 했습니다. 신의 뜻을 따르며 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고귀한 신앙을 가진 젊은이들이 세계의 이 지독한 불의를 견디지 못해 신을 부정하는 것을 막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그랬습니다. 기독교인이면서 그들의 선배이기도 했던 한 젊은이가 그들을 기리며 노래를 쓰고 만들었습니다. 벗이여 해방이 온다(http://t.co/ze9aE0rF via @youtube). 이 노래를 들으며 신앙의 신비를 지키기 위해 꽃피는 5월을 제대로 살지 못한 수많은 이들을 생각해봅니다. 예수 또한 그랬군요. 그에겐 부활하는 백만 번의 4월만 있을 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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