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비박(非朴) 진영 대선주자 4인이 각자도생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정몽준 전 대표는 국제 행사에 참석해 외교ㆍ안보 전문가로서의 모습을 부각시키며 꿈을 키워가고 있고, 이재오 의원도 대선 출마 선언을 앞두고 전국 민생 투어에 돌입했다.
일찌감치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문수 경기지사는 이날 보수단체 산행에 동행하며 우파 표심 구애에 힘을 쏟는 등 지지세 확충을 위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아직 장외에 머물고는 있지만 또 다른 여권 주자로 조명을 받고 있는 정운찬 전 총리도 비박 진영의 입당 뒤 연대 제의를 거절하면서 '마이웨이' 행보를 시작하는 모습이다. 정 전 총리는 24일 한국일보 기자와 만나 "나에겐 세도 조직도 없지만 나라를 위해선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며 " 난 이제 (대선을) 준비하는 단계"라고 대선 출마 의지를 우회적으로 밝혔다.
정 전 총리는 이 의원의 당내 경선 참가 제의도 완곡하게 거부했다. 이 의원은 지난 19일 정 전 총리에게 "박 위원장만으론 대선이 안 되지 않겠느냐. 당에 들어와 힘을 모아 보자"고 제의했지만 정 전 총리는 거부했다고 한다. 때문에 정 전 총리는 당분간 '비박'이란 틀 내에 갇히기보단 중립지대에서 독자 행보를 하면서 추이를 지켜볼 것으로 관측된다.
정 전 대표는 25일 자신이 명예이사장으로 있는 아산정책연구원이 크리스토퍼 힐 미국 덴버대 국제대학장 등 각국 외교 전문가들을 초청해 주최한 국제 행사에서 만찬 연설을 했다. 자신의 전공인 안보ㆍ외교 이슈를 선점해 다른 주자들과의 차별화를 꾀하려는 전략이다.
정 전 대표는 '리더십 교체와 동북아시아 안보'등을 주제로 한 이날 행사에서 "한국 정치는 과거의 덫에 발목이 잡혀 있다"며 "우파든 좌파든 IT세대로 상징되는 새로운 한국을 대변하지 못하는 한국 정당은 대표성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김 지사는 이날 하루 휴가를 내고 한국자유총연맹이 전북 고창 선운산에서 개최한 등반대회에 참석했다. 김 지사는 축사를 통해 "얼마 전 북한에 갔다 온 인사가 '북한에서 김문수가 김정은을 어떻게 욕하는지 인터넷을 다 찾아 기록하고 있다'고 귀띔하더라"며 "국민이 자유로운 대한민국이 자랑스럽다"고 말하면서 '자유''대한민국'을 수 차례 언급했다. 우파의 가치를 실현할 지도자임을 강조하려는 행보로 읽힌다.
이 의원은 이날 부산을 찾아 각계 인사들을 만난 것을 시작으로 내달 7,8일까지 전국 민생 탐방 일정을 갖는다. 그는 이와 함께 "사람이 젊어서는 명예를 소중히 여기고 늙어서는 지조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일각에선 전날 박 위원장이 총선 불출마 중진 의원들을 위로하기 위해 가진 오찬 모임에서 "(이 의원은) 통제가 안 된다"고 말한 이상득 의원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과 함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대선자금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낸 것을 빗댄 것이란 말도 나왔다. 그는 또 삼성 일가의 재산 분쟁에 대해서도 "형제싸움이 도를 넘었다. 재벌총수는 사인이 아니라 공인이다. 사회 구석구석이 급속히 무너지는 데는 지도층 인사들의 책임도 있다"고 언급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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